[시사의창=이믿음기자] ‘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의 골목에는 언제나 따뜻한 향기가 감돈다. 그 향기의 중심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이주해 온 안다리아(74) 씨와 문클라브디아(69) 씨가 있다.

마을에서는 이 두 사람을 떡과 케이크의 장인이라 부른다. 이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떡과 케이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고려인마을 공동체의 정과 사랑을 이어주는 삶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새벽녘, 조용한 마을의 부엌 한켠에서 찹쌀을 씻는 소리가 들리고 안다리아 씨는 돌잔치, 회갑연, 칠순잔치 등 마을의 크고 작은 잔치를 위해 시루떡, 찰떡, 술떡, 증편을 만든다. 그녀가 빚은 떡은 단순히 잔치의 음식이 아니다. 그 안에는 먼 타국으로 떠나야 했던 고려인 선조들의 그리움과 고향의 향기가 배어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 떡과 케이크 장인 안다리아·문클라브디아/사진=고려인마을 제공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명령으로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내몰린 고려인들은 낯선 땅에서도 명절이면 떡을 빚었다. 그들은 말없이 쌀가루를 반죽하며 고향의 하늘을 떠올렸고, 증편의 향기 속에 조국의 기억을 되살렸다.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안다리아 씨가 바로 그 맛과 마음을 이어받았다. 그녀의 시루떡은 이제 세대를 건너, 조상의 한숨이 희망으로 피어나는 역사의 음식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또 한 사람 문클라브디아 씨는 ‘고려인마을의 케이크 장인’이라 부른다. 마을의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그녀의 손은 언제나 바쁘다.

어르신의 회갑연 위에서도, 아이들의 돌잔치, 생일잔치, 청년들의 결혼식에서도 문클라브디아 씨의 케이크는 늘 자리를 지킨다. 이제 그녀의 케이크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공동체의 축복과 위로를 전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이 두 사람은 잔치 때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늘 ‘함께 나누는 삶’도 실천한다.

고려인마을이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노인돌봄센터 무료 급식에는 이들이 직접 만들어 기증한 증편과 술떡이 어김없이 준비되고, 새벽부터 쪄낸 떡은 따끈한 온기와 함께 어르신들의 식탁 위로 오른다.

어르신들은 그 떡을 한입 베어 물며 “고향 맛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 순간,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기억과 위로의 언어가 되고, 이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나눔은 조용하지만, 마을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안다리아 씨와 문클라브디아 씨의 나눔은 낯선 조상의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동포들의 마음에 희망을 심어주는 진정한 공동체 정신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고 전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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