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 창=이두섭 기자] 강수연. 이인선. 조상근. 한지민. 4인의 작가가 꽃에 관한 퇴폐의 미학을 주제로 전시를 개최한다. 식물들이 시든다는 마지막 지점에서 시작되어 의외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려는 작가들의 노력은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공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스페이스 유닛 플러스에서의 시각적 노력의 결과물들은 조화롭게 빛나는 작품이 된다.
강수연의 ”다시…. 소멸적 풍경“은 버려지는 꽃들을 소생시키는 설치 작업으로 삶과 죽음을 연결하고 인공의 색을 입힌 꽃잎은 시듦 안에서 퇴폐적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이인선은 혼돈과 질서. 삶과 죽음. 매혹과 혐오가 짝을 이루는 세계를 텍스트와 이미지로 표현한다. 그는 사양산업인 기계 자수를 화려한 도상과 색으로 되살려 인간의 욕망과 부조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해골과 꽃을 조합한 이미지들은 죽음을 유쾌한 조롱으로 비틀며 소멸하는 “카르페 디엠(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을 외친다. 조상근은 흑백의 강렬한 대비로 소멸하는 꽃잎의 순간을 응시하게 한다. 그에게 꽃은 인간의 삶과 죽음의 순환과 존재의 흔적을 나타내는 상징이 된다. 한지민은 일상을 신화와 주술의 세곌 끌어들이며 환영과 실재, 삶과 죽음, 영원과 찰나를 잇는다. 일상의 주변화된, 혹은 사라지는 존재와 풍경은 이러한 신화의 세계 속에서 초월적인 생명과 아름다움을 부여받는다.
이 4인의 작가들은 끝이라는 지점에서 새로 시작되는 무한한 세계에 집중한다. 그것이 관람자들에게 이후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스펙트럼 같은 상상력을 끌어낸다. 예술이라는 분야가 모순의 지점에서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새로운 정신 영역을 확장 시킬 때 제값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스페이스 유닛 플러스에서 이루어지는 4인의 작가들의 작업 세계가 그렇다. 이 4인의 작가들이 던지는 자연스러운 질문을 통해 관람자의 세계를 스스로 성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예술이 지향하는 건강한 성장이라 믿는다. 을지로의 오래된 조명가게를 개조하여 현대미술과 함께 호흡하려는 적극적 의지의 갤러리 공간은 이 지역의 역사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문화 벨트가 형성되는 중이다. 이들 4인의 작품은 을지로에 있는 스페이스 유닛 플러스의 공간에서 2025년 10월 18일(일)까지 만 날 수 있다.
시사의 창
이두섭 기자 artistart5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