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 창=조상연 기자] 양평군의 가축분뇨 악취 문제를 놓고 주민·농가·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실효성 있는 해법을 촉구했다. 26일 오후 양평읍 ‘양평뭐해’ 세미나실에서 열린 집담회에서는 노후화한 자원화센터와 분뇨처리시설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단기적 피해 경감 대책과 중장기적 시설 신축·이전, 법적·제도적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양평 뭐해" 조주연 대표가 세미나실에서 열린 집담회에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집담회에 참가한 수능리 주민 윤두중 씨는 생활 피해를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윤 씨는 “2018년 이사 올 때 2마리에 불과하던 소가 최근 20여 마리로 늘어나면서 악취와 먼지가 집을 덮치고, 나무까지 고사했다”며 “군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허가된 시설이라 조치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1인 시위와 국회 청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동네 최창숙 씨는 “3년 넘게 악취와 소음으로 만성질환과 청력 문제를 겪고 있다”며 건강권 침해를 강조했다.

신애2리 새마을위원장 김명해 씨는 해당 자원화센터의 노후화를 문제 삼으며 “시설은 35년 전 지어진 것으로 악취와 지하수 오염을 유발한다. 가까운 마을에서 암 환자가 다수 발생한 점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행정의 대응을 비판하며 전진선 군수가 제안한 ‘대형선풍기 설치’ 방안을 “냄새를 멀리 보내자는 발상일 뿐, 주민 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비현실적·무책임한 제안”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실효성 있는 단기 대책과 장기적으로는 시설의 신축 또는 이전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담회를 기획한 조주연 ‘양평뭐해’ 대표는 “행정이 갈등 조정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양평군은 이미 존재하는 악취방지법·가축분뇨법을 근거로 강력한 단속과 행정 조치를 해야 한다”며 “‘행복추구권·동물권·자원순환’ 관점에서 종합적 계획을 수립하고, 신애2리 시설의 신축 또는 이전을 전제로 한 기본계획을 마련해 환경부·경기도에 예산 확보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활동가들도 해법을 제시했다. 토목설계 전문가 전재관 씨는 “현행 축사 구조 관리가 미흡해 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악취방지법·가축분뇨법을 통해 즉각적인 시정 조치가 가능하고, 노후 시설을 신축해 최신 설비로 교체해야 한다. 지금이 정부 예산을 요청할 적기”라고 말했다. 환경운동 경험자 정영숙 씨는 어린이 등 취약계층 노출을 우려하며 “분뇨를 쓰레기가 아닌 에너지·자원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 유럽식 분산형 바이오가스 생산 사례를 소개했다.

신애2리의 다른 주민은 “석유화학 공정처럼 축분 냄새도 기술적으로 밀폐·포집·정화가 가능하다”며 홍천·파주·음성의 최신 설비 사례를 언급하고 설비 개선과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녹색당 활동가 김하율 씨는 “당장 축분을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행정이 미흡할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부용리 주민 조호연 씨는 “소송·압박도 방법이지만 갈등을 키울 수 있다”며 “오늘처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주민·농가·행정이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집담회 참가자들은 공통 과제로 △단기: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실효적 긴급 조치 △중기: 자원화센터·분뇨처리시설 신축 또는 이전 추진 △법적 대응: 악취방지법·가축분뇨법에 따른 단속 강화 △정책 전환: 자원순환·동물권·행복추구권 관점의 종합 계획 수립 △공론화: 주민·농가·행정·시민단체·정치인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 △주민 보상: 장기간 피해를 겪은 주민에 대한 사회적 보상 마련 등을 제안했다.

우리 도시 가축 "똥" 누가 치울까? 집담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집담회를 주최한 "양평 뭐해" 조주연대표는 향후 추석 이후 공론화 포럼을 개최해 폭넓은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양평군에 대해 단기·중기·장기 과제를 담은 로드맵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행정의 구체적 실행 계획이 나오지 않을 경우 추가 집회·민원 제기 및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개선과 함께 제도적 보완, 예산 투입이 병행돼야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적 조치로는 최신 악취저감 설비 도입, 분뇨 처리의 에너지화(바이오가스) 전환, 주민 건강 영향조사 및 보상 체계 마련, 지역 차원의 자원순환 모델 도입 등이 제시됐다.

양평군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별도로 밝히지 않았으나, 집담회에서 제기된 요구는 향후 행정 절차에서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전문가·시민단체의 요구가 현실적 예산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당장의 관건이다.

조상연 기자(pasa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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