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 세계적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이 붓을 들고 제주를 찾았다. 최근 고려인의 역사를 담은 신작 동화 〈고려아리랑〉 삽화 계약을 마친 그는 작품 속 장면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4박 5일간 영감의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문 화백은 지난 18일 국내 유명 동화작가 홍종의, 출판사 키큰스토리, 대동문화재단, 고려인문화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출판 계약을 체결 한 후 동화 〈고려아리랑〉 삽화 작업에 착수했다.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이 동화 삽화 영감을 찾아 제주를 방문했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동화〈고려아리랑〉은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와 10살 소녀 아리샤를 모델로, 강제이주와 광주 정착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단순한 아동문학을 넘어 고려인의 아픈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살아있는 역사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지난 22일 제주를 찾은 문 화백은 아름다운 바다와 돌담, 한라산 숲과 제주 전통 문화를 스케치하며 고려인의 떠남과 귀환, 상실과 희망을 그려냈다. 그의 노트에는 아리샤의 눈망울에 비친 푸른 바다, 강제이주의 아픔을 상징하는 바람, 그리고 새로운 뿌리를 내린 마을의 풍경이 차곡차곡 담겼다. 따라서 이번 여정은 단순한 취재가 아닌, 역사를 동화라는 형식에 녹여내는 창조의 과정이었다.

문 화백은 “제주의 자연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고려인의 삶과 겹쳐지는 깊은 상징을 품고 있다”며 “삽화 한 장 한 장에 선조들의 고통과 희망을 담아, 아이들과 어른 모두가 그림 속에서 역사와 공감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화 제목 〈고려아리랑〉은 김병학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문화관장이 작사하고 카자흐스탄 출신 유명 고려인 작곡가 한야꼬브가 작곡한 노래에서 비롯됐다. 1937년 강제이주의 아픔을 담은 이 노래는 전 세계 고려인의 애창곡으로 불리며, 이번 동화 역시 그 정신을 이어간다.

출간은 내년 3월을 목표로 빠르면 3·1절, 늦어도 광복절에 세상에 공개될 예정이다. 제주에서 불어온 영감이 문 화백의 붓끝을 타고 동화 삽화로 완성될 때, 고려인의 역사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의 가슴에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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