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이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유흥업소에서 접대받았다"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지귀연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31기)를 둘러싼 유흥업소 접대 의혹이 법원 감사위원회의 공식 심의 대상으로 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재판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인 비위 논란을 넘어 사법부의 신뢰 문제와 직결된 중대 이슈로 비화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감사위원회는 가까운 시일 내에 지 판사와 관련된 의혹을 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감사위원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6명은 법조계·언론계·학계·경제계·여성계·시민사회 등 외부 인사로 꾸려진다. 나머지 한 명은 현직 법관으로, 대법원장이 직접 임명한다. 위원회는 심의 결과에 따라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장 또는 윤리감사관 등 징계 청구 권한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논란의 시발점은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의 폭로였다. 민주당은 지 판사가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지 판사가 동석자 두 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비용 결제 주체나 접대 대납 여부 등 핵심적인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지 판사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이례적으로 취소한 판결과 맞물려 사건을 편파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혹을 부각시켰다.
지 판사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윤리감사관실에 “단순한 친목 모임이었을 뿐 접대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제출했다. 또한, “저녁 식사 자리는 본인이 결제했고, 이후 이동한 술자리는 후배 법조인의 단골 술집으로, 비용 역시 후배가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소가 일반 음식점 형태였지 ‘룸살롱’으로 등록된 곳은 아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내란 사건 재판에 앞서 신상 발언을 통해서도 “삼겹살에 소맥도 사주는 사람이 없는데 접대 운운하는 것은 억지”라며 직접 항변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가능한 모든 방안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구체적 비위가 드러나면 관련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객관적 증명 자료가 부족하다”며 결론 도출을 미루고 있다.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내부 인사를 감싸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결국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감사위원회 심의로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장 확인과 자료 검토에도 불구하고 증명력이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워낙 큰 사안이기 때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를 참고하면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 판사가 맡은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사건까지 포함돼 있어 이번 논란은 사법부 신뢰도와 직결된 중대 사안으로 떠올랐다. 외부 감사위 심의 결과와 공수처 수사 결과가 어떤 결론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지 판사 개인의 거취는 물론, 내란 사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서 취재진들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의 의혹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가 지 판사에 대한 수사를 지연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고, 국민의힘은 개정 논의 자체가 특정 인사를 겨냥한 ‘맞춤형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도 개정 추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권과 사법부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원회에서 열린 공수처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이성윤 의원은 이재승 공수처 차장을 상대로 지 판사 수사 현황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 차장이 “최선을 다해 진행하고 있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그렇게 원론적으로 답할 일이 아니다”라며 질책했다.
이 의원은 “지 판사가 고발된 지 오래됐는데 지금까지 연락도, 결과도 없었다”며 공수처의 늑장 대응을 문제 삼았다. 그는 “언제까지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갈 것이냐”며 “국민 신뢰를 지키려면 조속히 사건을 종결하거나, 수사 대상이 아니라면 그 사실이라도 법원에 통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 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을 담당하면서 구속 취소라는 이례적 결정을 내린 점, 또 유흥업소 접대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점을 들어 공정성 훼손을 거듭 지적해 왔다. 당내에서는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결국 법원 개혁 자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요구를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했다. 여당 관계자는 “공수처법 개정은 사실상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 판사를 겨냥한 입법”이라며 “사법부 길들이기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빌미 삼아 입법까지 동원하는 것은 권력 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원은 “공수처법 개정은 제도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으로 단일 사건을 계기로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지 판사를 둘러싼 의혹은 이미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민주당은 수사 촉구를 통해 공수처 압박에 나서고 있고, 국민의힘은 사법 독립 침해를 주장하며 맞서는 형국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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