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통일교 지도자인 한학자 총재가 결국 구속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통일교 사이의 이른바 ‘정교유착 의혹’ 수사가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법원은 고령의 종교 지도자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정치권과 종교계에 걸쳐 제기되어온 의혹들에 대해 사법부가 일정 부분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검이 한 총재에게 적용한 주요 혐의는 세 갈래다. 우선 권성동 의원에게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정치자금법 위반, 둘째로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매개로 김건희 씨에게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하며 현안 해결을 청탁한 청탁금지법 위반, 마지막으로 통일교 교단 자금을 불법 전용했다는 업무상 횡령 혐의가 그것이다. 더불어 해외 원정 도박 의혹과 관련해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영장에 포함되었다.
한 총재는 영장 심사 과정에서 자신은 평생 ‘종교 지도자’로서 세상의 평화를 설파해 왔을 뿐,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정치에는 관여한 바 없으며 오직 종교적 소명에 따라 살아왔다”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사태가 전직 간부의 일탈로 인한 불미스러운 결과임을 역설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혐의 부인 자체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 시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앞으로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교단의 일상적 운영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라며 교인들을 안심시키려는 태도를 보였다. 지도자의 구속은 종교단체로서는 중대한 사건이지만, 통일교는 교단 차원의 체계를 유지하고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구속으로 특검은 수사의 중요한 고리를 쥐게 되었다. 이미 권성동 의원과 전성배 씨가 구속된 상태에서, 자금 출처로 지목된 한 총재까지 구속되면서 특검은 이 사건의 최종 목적지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였는지를 집중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정치자금과 고가의 선물이 단순한 전달 시도에 그쳤는지, 아니면 실제로 전 대통령 부부에게 도달했는지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직 구속영장에는 적시되지 않았으나 추가적으로 다뤄야 할 의혹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통일교 신도들이 집단적으로 국민의힘 당원에 가입해 경선이나 당내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조직적 당원 가입 의혹’이 있다. 특검은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약 11만 명 규모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발적 가입인지 지시에 의한 강제 가입인지를 입증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만약 강요 정황이 드러난다면 단순히 정당법 위반을 넘어 신도들에 대한 강요죄나 금전적 착취 문제까지 확장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왕(王)자 포장지 자금’이다. 권성동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정치자금 일부가 왕 자 문양이 새겨진 포장지에 담겨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경선 당시 손바닥에 ‘왕 자’를 새기고 등장해 논란이 되었던 사건과 겹쳐져 세간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검은 자금의 성격과 전달 경로를 조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 측과의 연관성을 규명하려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상민 전 검사와 관련된 매관매직 의혹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그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으나, 특검은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금품 수수 사실에 그치는 청탁금지법과 달리, 뇌물죄가 적용되려면 구체적인 대가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특검이 뇌물죄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실제 공직 인사와 관련한 청탁 및 대가의 흐름을 포착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는 24일 예정된 김건희 씨의 첫 재판도 이 사건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법원은 재판 개시 전까지의 장면 촬영을 허용하며 국민 알권리를 고려했다. 김 씨는 구속 이후에도 “성실히 수사와 재판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추후 보석 신청이나 양형 참작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번 한학자 총재 구속은 단순한 개인의 법적 책임을 넘어, 정치와 종교의 불투명한 연결 고리를 밝히려는 수사에 중대한 기폭제가 되고 있다. 향후 특검이 어떤 추가적 증거를 확보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까지 수사의 화살을 명확히 겨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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