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한민국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IWPG 주최로 열린 ‘2025 세계여성평화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발제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시사의창=원희경 기자] 분쟁과 갈등의 상흔을 넘어설 해법을 찾기 위해 세계 각지의 여성 리더들이 청주로 모였다.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대표 전나영)은 지난 19일 충북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2025 세계여성평화 콘퍼런스’를 열고, 지속가능한 평화 달성을 위한 공동 의제를 논의했다. 행사에는 국내외 여성 리더 800명이 참석해 여성 주도 평화 구축의 방향과 실행 과제를 공유했다. 말리 빈투 푸네 바우아헤 사마케 전 여성‧아동‧가족진흥부 장관, 예멘 파이자 압델라퀴브 살람 문화부 차관, 리비아 아이샤 알 마흐디 샬라비 국회의원 등 분쟁을 겪는 지역의 핵심 인사들이 직접 목소리를 보태 현장의 맥박을 전했다.

기조연설에서 아이샤 알 마흐디 샬라비 의원은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여성은 피해자를 넘어 변화의 기획자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사마케 전 장관은 공동체 회복의 분기점을 ‘여성 리더십의 제도권 진입’으로 규정하며 현지 거버넌스에 여성이 참여할 때 분쟁 후 재건의 속도와 투명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벨리즈의 킴 심플리스 전 영부인은 취약계층 보호와 포용 정책에서 여성 리더십이 가진 설득력과 지속성을 사례로 제시했다.

국제적 프레임도 제시됐다. 국제여성지도자연맹(WILF) 암리타 카푸어 사무총장은 영상 발제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WPS 의제) 이행 사례를 소개하며, 평화 프로세스가 선언을 넘어 제도로 정착하려면 여성 참여 쿼터와 감시 메커니즘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외교부 맘푸라네 캐론 크고모 국장은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선언문(DPCW)’을 축으로 한 법제화 캠페인을 거론하며 여성 네트워크가 서명 운동과 정책 어젠다를 동시에 견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장성도 분명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마리아 테레사 로요 팀볼 부시장은 갈등 완화 이후 지방정부—시민사회—여성단체가 삼각 협력으로 상시 대화 채널을 만든 경험을 풀어놓았다. 몽골 부조 락슈미 성평등 자문관은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을 기반으로 기후‧인권 어젠다에 평화를 접목해 외교 무대에서 여성 참여를 제도화한 경로를 설명했다. 네덜란드 루스 알메다 리차드슨 사무총장은 물‧기후 위기 대응에서 여성의 참여가 장기적 비용을 낮추고 정책 수용성을 높였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지난 19일 대한민국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IWPG 주최로 열린 ‘2025 세계여성평화 콘퍼런스’에서 공로패 수여식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은 실행의 관문으로 다뤄졌다. 2부 ‘여성평화교육 세션’에서 코트디부아르 나세네바 투레 디아네 여성가족아동부 장관은 국가 차원의 IWPG 여성평화교육 도입 성과를, 예멘 파이자 압델라퀴브 살람 차관은 분쟁지 문화 인프라 회복을 위한 교육의 긴급성을 언급했다. 특히 몽골 국군공군사령부 르학바수렝 냠체첵 장교는 군 조직 내 160명 수료 사례를 공개하며 여성평화교육이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에 미친 변화를 데이터로 설명했다.

이해령 IWPG 평화위원장은 ‘시민사회 속 여성의 역할—분단국가의 지속가능한 평화’ 발제를 통해 한반도에서 여성 네트워크가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며 평화 담론을 일상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장 공유와 제도 논의는 워크숍으로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평화가족 워크숍’에서 국내외 핵심 파트너 90명은 1년 로드맵과 역할을 점검하고, 미얀마·몽골·멕시코 등 44개 해외 네트워크와 25명의 국내 활동가가 협력 모델을 구체화했다.

행사 운영 측면에서도 확장성이 확인됐다. 본 콘퍼런스는 한국어‧영어‧불어‧스페인어‧아랍어‧몽골어 6개 언어 동시통역을 제공했고, 일본어‧미얀마어‧카자흐어‧체코어‧크메르어‧인도네시아어 등 6개 언어로 온라인 중계했다. IWPG는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와 지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평화교육, DPCW 지지 캠페인, 파트너십 확장을 병행하며 현장과 제도를 잇는 연대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재확인했다. 전나영 대표는 “여성의 연대와 실천이 평화를 제도화하는 힘”이라며 “갈등을 넘어 희망과 회복의 길을 함께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분쟁을 겪은 국가의 목소리와 국제 규범, 교육과 법제화의 연결 고리가 청주에서 다시 한 번 맞물렸다는 점에서 이번 콘퍼런스의 의미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원희경 기자 chang-m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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