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에 특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광주시립미술관이 기획한 2025 국제레지던시 스튜디오 입주기획자 연구지원 프로젝트 ‘광주, 인드라 여정(The Indra Project: Journeys from Gwangju)’의 첫 장이 바로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지난 19일 진행된 첫 섹션 ‘홈, 인드라 여정’에는 고려인 3세 작가 알렉산더 우가이가 초청돼 고려인마을청소년문화센터에서 간담회를 가진 후 마을을 직접 둘러보고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에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이 함께하며, 세대를 초월한 예술적 대화의 장이 펼쳐졌다.

*광주시립미술관 2025 국제레지던시 스튜디오 입주기획자 연구지원 프로젝트 ‘광주, 인드라 여정이 지난 19일 고려인마을에서 첫 장을 열었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참가자들은 고려인마을주민관광청 정춘단, 박소영, 박윤미, 임용기 해설사의 안내로 둘레길을 걸으며, 이주와 정착의 역사, 그리고 예술과 공동체가 어우러진 다양한 공간을 경험했다. 먼저 찾은 고려인문화관에서는 김경림 고려인문화관 전담해설사의 상세한 역사 해설과 더불어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와 중앙아시아의 피어린 삶을 기록한 전시물들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고려인의 뿌리와 정체성을 되새기는 순간이었다.

또한 홍범도공원에서는 항일독립운동가의 흉상 앞에 선 참가자들이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저항과 자긍심을 되새겼다. 이어 중앙아시아테마거리와 고려인마을특화거리에서는 독립유공자 후손 고려인 동포들이 일구고 있는 활기찬 삶과 문화의 현장을 직접 체감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문빅토르 화백과 알렉산더 우가이의 만남이었다. 중앙아시아의 이주사를 평생 화폭에 담아온 원로 화백과, 오늘날의 시각으로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새롭게 탐구하는 젊은 작가의 만남은 고려인 예술이 과거의 기억을 넘어 미래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임종은 연구자의 기획 아래 마련된 이번 만남에서 두 예술가는 고려인의 역사와 공동체, 그리고 광주라는 공간이 품은 가능성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이는 곧 예술이 세대를 잇는 언어이자,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순간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임종은 연구자는 지난 7월 광주시립미술관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그는 광주를 둘러싼 지역성과 동시대 미술 현장을 함께 바라보며, ‘홈·미술관·스튜디오’ 라는 세 가지 공간적 관계 속에서 ‘관계 맺기’와 ‘협업’을 주제로 한 새로운 기획을 구상해왔다.

임 연구자는 기초 조사와 맥락 이해를 거쳐 프로그램 디자인을 직접 주도했으며, 이번 고려인마을 탐방을 통해 예술이 단순한 전시 활동을 넘어 공동체와의 상호작용, 역사와 현재의 연결, 그리고 국제적 확장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특별한 기회를 제시했다.

한편,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윤익)의 2025 국제레지던시 스튜디오 입주기획자 연구지원 프로젝트 《광주, 인드라 여정》은 9월 19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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