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광주 광산구 월곡동 ‘역사마을 1번지’ 고려인마을이 또 하나의 의미있는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18일 고려인마을주민관광청에서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이 삽화 작업에 참여하는 동화 출판 계약 조인식이 열리며,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가 새로운 세대에게 동화라는 매개체로 전달될 길이 열렸다.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날 조인식에는 동화작가 홍종의, 출판사 키큰스토리 이학수 대표, 백승현 대동문화재단 전문위원, 최창인 고려인마을주민관광청 자문위원, 김병학 월곡 고려인문화관장이 자리를 함께해 그 의미를 더했다. 특히 출판사 대표가 직접 고려인마을 관련 자료를 살펴 본 후 깊은 감동을 받고 출판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이 동화 〈고려아리랑〉 삽화 계약을 체결했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계약된 작품은 홍종의 작가의 신작 동화 〈고려아리랑〉이다. 이 작품은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와 마을에 사는 10살 소녀 아리샤를 모델로 하여, 고려인의 강제이주와 광주 정착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시선에서 풀어낸다.
이는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살아있는 역사책’으로 평가된다.
특히 〈고려아리랑〉은 단순한 동화 제목이 아니라,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노래에서 비롯됐다. 이 노래는 김병학 고려인문화관장이 작사하고, 고려인 출신의 유명 작곡가 한야꼬브가 곡을 붙여 만들어졌다.
고려인의 연해주 이주와 1937년 스탈린 강제이주의 아픔을 담아낸 이 노래는 지난 2015년 카자흐스탄 알마티 고리끼공원에서 초연된 후 전 세계 고려인 동포들의 애창곡으로 널리 불리고 있다. 이번 동화는 바로 이 노래의 정신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하다.
무엇보다 문빅토르 화백이 직접 삽화를 맡기로 하면서 작품은 한층 더 깊은 감동을 예고한다. 고려인의 항일정신과 디아스포라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켜온 그의 붓이, 이번 동화 속 장면들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공감을 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출판 목표는 내년 3월. 빠르면 3·1절 기념행사에서, 늦어도 광복절에는 세상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책 출간을 넘어, 고려인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국내외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출판은 고려인마을주민관광청 최창인 자문위원의 주선으로 이루어졌으며, 홍종의 작가는 그동안 항일운동을 다룬 〈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 임진왜란 당시 소년 포로의 삶을 다룬 〈칼을 이긴 큰 붓〉, 일제강점기 인권 해방운동을 주제로 한 〈공평한 세상 저울〉 등 민족 혼이 담긴 동화를 집필하며 꾸준히 역사적 가치를 아동문학에 담아왔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고려인마을을 모티브로 한 동화는 거의 없었다” 며 “고려인마을은 물론 국내 귀환 고려인동포 자녀들이 한국의 또래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지를 작품 속에 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를 단순히 기록으로 남기는 것보다 동화로 풀어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훨씬 교육적 효과가 크다”며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녹여낸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예술과 문학이 만나 고려인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고려인 선조들의 피어린 역사와 문화 계승”이라며 “이번 출판은 고려인마을이 품어온 지난 백 년의 기억을 미래 세대에 전하는 다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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