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 창= 이두섭 기자]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경량 구조물인 TENT에 비유하여 작업을 하는 손용수 작가는 천과 목재구조, 숯, 물, 공기, 중력… 등 전통적인 회화의 기본 재료와 원시적인 기법 운용으로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제시하여 인간이 자연을 해하지 않고 더불어 조화를 이루어가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TENT 시리즈는 인간 본능에 대한 사유의 공감대를 위한 ‘플랫폼’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캔버스 자체의 탄성과 구조를 차용하여 미니멀한 형식과 내용을 재료와 작업방식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하였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TENT를 천착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새살이 돋아’ (granulation) 작품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상처와 치유과정을 표현하였다. TENT의 장막(surface)은 거즈(gauze)와 같이 상처와 외부 환경의 경계를 의미한다.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상처받으며 살아간다.

우리 삶에 상처는 끌어안아야 할 죽음과 같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경중을 차치하더라도 상처 입고 회복하려는 본능은 우리 삶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마음의 상처는 더욱더 많이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손용수 개인전

현대의 고도자본주의는 우리보다 심리적으로 그 상처를 더 잘 다루고 있다. 디즈니랜드가 가상과 환상의 세계를 대신하고 있지만 그 이유는 현실 세계가 자본주의에 의하여 만들어진 세계라는 것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우리의 정보를 동의라는 수단으로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만들어 지속적인 물질과 정신의 소비를 촉진 시킨다.

손용수 Granulation #17


30년 정도의 인터넷 역사를 통해 인간은 네트워크의 큰 혜택을 받았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AI의 급부상과 SNS의 파급력은 이미 통제를 벗어나 그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행복 강박,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의 심각성은 이제 일상과 함께하고 있다. 회복탄력성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본질은 상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먼저 상처를 보듬어야 하는데 왜? 상처받았는지에 집착한다. 내 잘못인가? 아니면 누가 이 상처를 주었지? 에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먼저 내 몸과 마음을 존중하자. 우선은 상처를 보듬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만약 몸과 마음이 마른미역 줄기처럼 바스러지기 일보 직전이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딱지가 앉기를 기다려야 한다. 새살이 돋기를 희망한다. 내려놓음과 기다림의 미덕이 절실한 때이다. 깊은 세계에서 출발하는 손용수 작가의 작품은 2025.9.15.(월) ~9.20(토)까지 삼청동에 있는 한벽원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손용수 Mimetic Desire .

시사의 창

이두섭기자 artistart5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