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출석 앞서 취재진 앞에 선 권성동 의원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 유착'의 발단으로 지목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유착’ 의혹의 중심에 서 있던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결국 법정 구속됐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현역 의원이 구속된 것은 제22대 국회 들어 처음이며, 불체포 특권을 가진 의원이 특별검사 제도 하에서 구속된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큰 파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의원은 심문 과정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구속영장 발부 직후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곧바로 수감 절차를 밟았다.
권 의원에게 적용된 핵심 혐의는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구속기소)로부터 1억 원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윤 씨는 20대 대선 당시 교단의 조직과 표, 재정을 동원하는 대가로 통일교 관련 현안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윤 씨의 휴대전화와 다이어리, 그리고 한국은행 관봉권 사진 등 다수의 물증을 법원에 제출했다. 특히 ‘큰 거 1장 support’, ‘권성동 오찬’ 등 메모와 문자 메시지는 권 의원이 대가성 지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로 판단됐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권 의원의 대응 태도도 구속 사유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수사 착수 직후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차명 휴대전화로 관계자들과 연락을 이어간 정황이 확인되면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강조됐다.
이번 구속으로 수사 동력을 확보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권 의원과 통일교의 관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다. 권 의원이 2022년 초 한학자 총재로부터 현금이 든 쇼핑백을 직접 받았다는 의혹, 그리고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유출해 통일교 측에 전달했다는 정황 등이 본격적으로 조사 대상에 오른다.
한학자 총재는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1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의 세 차례 소환 요구에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했던 그는 17일 자진 출석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김건희 특검 구속영장 청구 내역·결과/연합뉴스
권 의원은 구속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 정치적 탄압을 시작했다. 이번 구속은 첫 번째 신호탄”이라며 “특검은 허구의 사건을 창조하고 있다. 수사가 아닌 소설을 쓰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그래서 빈약하기 짝이 없는 공여자의 진술만으로 현역 국회의원을 구속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영장을 인용한 재판부 역시 민주당에 굴복했다. 아무리 탄압하더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무죄를 받아내겠다"면서 "문재인 정권도 저를 무너뜨리지 못한 것처럼 이재명 정권도 실패할 것”이라며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정치권은 권 의원 구속을 두고 긴장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은 “정치탄압”을 외치며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있고, 야당은 “정경유착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은 최장 20일의 구속기간에 권 의원을 추가로 조사한 뒤 재판에 넘길 방침이며, 친윤계 핵심인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일교의 유착 의혹을 향한 특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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