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역사마을 1번지 고려인마을 문빅토르미술관이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 거장 문빅토르 화백의 작품 《흉상》(63×51cm, 캔버스·수채화·아크릴, 2018)을 공개했다.
그림《흉상》은 고려인의 아픈 역사와 강인한 정신을 집약적으로 담아내며, 선조들이 남긴 고귀한 유산을 미래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묘사한 작품이다.
문 화백은 수채화 특유의 빗살무늬 점묘기법과 3분할 점층 묘사를 통해 《흉상》을 완성했다. 화면은 크게 세 겹의 장면으로 구성돼, 각각의 층위가 고려인의 역사를 압축하고 있다.
*《흉상》 (63x51_캔버스,수채화,아크릴/2018) 사진=고려인마을]
첫 번째 장면은 중앙아시아 황무지 사막의 거센 바람에 휩쓸려 껍질이 벗겨진 벽체의 뼈대다. 이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민족의 처절한 현실, 저항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잔혹한 역사적 폭풍 속에서 고려인들이 직면해야 했던 운명을 상징한다.
두 번째 장면은 화면의 중심에 자리한 뼈대만 남은 사람의 흉상이다. 얼굴에는 중앙아시아 7개국의 유물이, 몸에는 대륙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이는 일제강점기와 스탈린 강제이주로 인해 낯선 이국땅으로 흩어진 고려인의 비극을 증언하는 동시에, 고난 속에서도 민족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낸 기백을 표현한다.
마지막 장면은 검은 황무지 위에 놓인 흉상과 세 개의 찻잔이다. 검은 사막의 모래바람은 죽음을 의미하지만, 그 위에 놓인 찻잔은 사선을 넘어 전하고자 하는 고려인의 정신이 담겨 있다.
이에 작품 《흉상》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다. 그것은 민족의 집단 기억을 응축한 ‘정신의 조형물’이자, 죽음에 직면한 자리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고려인의 기개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은 그림을 보며 선조들이 남긴 유산과 마주하며, 그 기억과 책임을 오늘과 미래의 삶 속에서 이어가야 할 계승자임을 자각하게 된다.
문 화백은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지만 인간의 의지와 역사는 죽음을 넘어 미래 세대에 전해진다” 며 “고려인의 지난 역사는 비극적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은 선조들의 강인한 정신을 직면하고 기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작품 앞에 서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방관자가 아니라, 그 유산을 이어받아 살아가는 오늘의 계승자임을 깨닫게 된다. 이에 작품 《흉상》은 바로 그 무거운 감동을 고결한 찻잔에 담아 우리에게 내밀고 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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