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선 68개 단체의 ‘국민발안’ 드라이브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지난 12일 오후,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 ‘개헌개혁행동마당(개개행마)’을 비롯한 68개 시민단체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집권 100일을 맞은 정부의 개헌 추진을 “국민이 먼저 발의하고, 국회가 대안을 내지 못하면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는 체계”로 설계하라며 ‘국민발안 개헌운동’의 시동을 공개 선언했다. 발언은 김선홍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중앙회장의 사회로 이근철 국민연대 상임대표, 최원녕 문화공간 온 대표, 이전오 친일청산 한국사복원운동 대표, 한영순 박정희심판 국민행동 상임대표, 정완조 아로니아 피해 비상대책위 위원장, 김규열 개인주권자 등이 돌아가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했고, 통합임정의 의의·한계·비극을 정리한 부속 문서는 현장에서 배포됐다.

주최 측이 내세운 ‘국민발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일정 수의 유권자가 헌법개정안이나 중대 법안을 직접 제출하고, 국회가 통과시키지 못하거나 더 나은 대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한다는 원칙이다. 국내 의회 용어집은 국민발안을 직접발안·간접발안으로 구분하고, 과거 헌법에 제한적으로 도입된 뒤 폐지된 경위를 설명한다. 시민단체들은 이 원리를 21세기 상황에 맞게 헌법·법률에 다시 명시하자는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이 ‘상해통합임정 출범 106주년’에 맞춰 열린 건 상징을 노린 선택이다. 발표자들은 임정 통합 과정의 불신과 분열, 전후 냉전 속 한반도 분단 고착의 교훈을 상기시키며 “명망가 중심 상층연대만으로는 개혁이 지체된다. 풀뿌리 전국연합에 기반한 합의와 절차를 헌법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운학 개개행마 상임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개헌 흐름이 세 갈래로 갈라진 지금, ‘국민발안 원포인트(+α) 개헌’에 집중하는 연대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단체들은 곧바로 실행할 과제도 공개했다. 첫째, ‘국민발안 개헌 추진강령’ 임시 확정 및 지지 서명 5천 명 달성. 둘째, 지역 풀뿌리 조직의 전국연합체인 (가칭) ‘국민발안 직행본부’ 창립 준비. 셋째, ‘국민개헌권리’와 개헌 완료 후 발효될 ‘국민주권행사 보장기본법’ 초안 작성. 넷째, (가칭) ‘국민발안 개헌회의’ 공동 개최로 초안 심의·확정. 다섯째, 최종안 찬성 서명 5만 명 달성이다. 이들은 간담회·토론회·순회 강연 등 사실상 공론화 절차를 병행해 ‘국민합의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요구는 정부의 ‘개헌’ 드라이브를 겨냥했다. 최근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을 국정과제 1호로 내세운 정부가 주민주권·분권 등 여러 의제를 언급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절차 민주주의의 뼈대인 직접민주 제도부터 헌법에 박아야 한다”고 압박하는 형국이다. 주요 매체들도 정부의 1호 과제를 ‘개헌’으로 지목하며 향후 국민투표 연계 가능성을 거론한다. 결국 관건은 ‘무엇을 먼저 고치느냐’의 우선순위와 ‘누가 최종 결정하느냐’의 권한 배분이다.

현장의 어조는 단호했다. 단체들은 “국민이 헌법을 직접 바꿀 수 있어야 남북 적대·진영 대립·양극화 같은 난제를 넘어설 최소한의 선로가 깔린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리박스쿨’ 논란 등 최근 교육·정책 현안을 거론하며 “권력구조·정책 논쟁을 떠나, 시민이 발의·심의·결정까지 참여하는 절차를 법제화해야 재발을 막는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이미 47개 단체가 결성·가입을 마쳤고, 21개 단체가 내부 절차를 거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대응이 다음 장면이다. 개헌의 속도·방향, 국민투표 시점, 권력구조·기본권·지방분권의 우선순위는 여야 셈법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이날 광화문에서 드러난 메시지는 단순했다. “국민이 발의하고, 국민이 최종 결정한다.” 개헌의 문을 여는 손잡이를 누가 쥘지, 시민사회는 이미 답을 내고 거리로 나왔다고 선언했다. 결국 한국 헌정사의 다음 페이지를 넘길지 말지는 ‘국민발안’이라는 이름의 절차를 헌법에 다시 새길지 여부에 달려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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