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나경원 의원의 모습(사진_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검찰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같은 사건 피고인인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이 각각 구형됐다. 이른바 채이배 전 의원 감금과 의안과·특위 회의장 점거 등 2019년 4월의 물리적 충돌을 두 갈래로 나눠 실형을 요구한 셈이다. 사건이 기소된 2020년 1월로부터 5년 8개월여 만에야 결심이 열린, 이례적으로 느린 1심이었다.

‘나빠루’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은 여기서 비롯됐다. 2019년 의안과 앞, 쇠지렛대(빠루)를 손에 든 나경원의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며 ‘빠루’가 그의 상징어처럼 굳었다. 이후 정치권과 여론에서 ‘나빠루’ ‘빠루 여전사’ 등 조롱 섞인 호칭이 회자됐고, 본인도 한 토론회에서 “제가 갑자기 빠루의 여신이 되지 않았나”라고 스스로 언급한 바 있다. 별명 자체의 품격은 차치하더라도, 국회가 폭력의 이미지로 각인된 그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대중 인식이 고착된 신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간의 불평등이다. 대법원 ‘사법연감’ 기준으로 형사 1심 합의부 불구속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대략 8개월 안팎이다. 정치인 사건이라면 1심까지 평균 887일(약 2년 5개월)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번 사건은 그 두 배를 넘어섰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첫 대형 판례, 피고인 다수, 증거 방대한 점을 감안해도 5년 8개월 만의 결심은 ‘지연된 정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반 시민이 공공기물 파손이나 폭력행위로 기소됐다면 이렇게 시간을 끌 수 있었을까라는 상식적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 사이 당사자는 “패스트트랙 충돌은 국회선진화법이 금지하는 폭력이 아니라 일상적 정치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과 사보임은 당시에도 절차상 합법이라는 평가가 다수였고, 물리적 충돌·감금이 ‘일상’이었다는 주장은 국회의 존엄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궤변에 가깝다. 정치가 법과 토론 대신 힘과 장비로 움직인 날, 국회는 ‘동물국회’라는 낙인을 다시 얻었다.

더구나 2024년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TV토론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나 의원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는 개인적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장관은 구체 사건에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들며 거절했다고 했고, 나경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청탁성 논란의 진위는 당사자들이 더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다만 그 발언 하나만으로도 권력과 사법 사이의 거리, ‘정치가 사법에 손을 뻗었는지’라는 의심이 증폭된 건 부인하기 어렵다. 이 논란이 실제 재판 일정을 늦췄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법 앞의 평등을 믿고 싶은 국민 입장에서는 의혹이 납득되도록 투명하게 정리돼야 한다.

결국 이번 결심은 두 가지 기준을 시험한다. 하나,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어느 편의 방패가 아니라, 물리력의 유혹을 끊어내려 만든 최소한의 금지선이라는 점. 둘, ‘정치인이라서 느린 재판’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의 재판’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국회가 다시 빠루와 해머의 장면으로 회귀하지 않게 만드는 최소한의 경고가 돼야 한다. 정치는 빠루가 아니라 법과 시간의 공정함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단순하고도 엄중한 교훈이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패스트트랙 #나경원 #징역2년구형 #국회선진화법 #빠루사건 #법앞의평등 #정치폭력 #지연된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