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성민 기자] 강릉이 ‘단비’로 한숨 돌렸다.
지난 12~13일 사이 강릉 평지 112.3㎜, 왕산면 82㎜ 수준의 비가 내리며 바닥을 드러내던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52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14일 오전 기준 15%대까지 회복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다만 시는 “해갈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제한급수 체제도 계속 간다. 일시적 해소의 국면이지만 근본 처방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사태가 던진 핵심은 ‘치산치수’다. 강릉의 생활용수 80% 이상을 책임지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9월 초 12% 안팎까지 떨어졌고, 비가 없을 경우 4주 내 5%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댐·정수장 소수 거점에 의존하는 단일 구조, 노후 관망과 누수, 관광 성수기 변동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수요예측 실패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뒤늦게 평창 도암댐 비상 활용과 대규모 운반급수가 가동됐지만, 그 자체가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는 결과로 말한다. 5선 중진 권성동 의원은 2009년 재보선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강릉을 대표해 왔고, 2024년 총선에서도 54%대 득표로 지역 신임을 다시 얻었다. 그 무게의 정치력이 있었다면, 강릉의 물안보는 지금과 달라야 했다. 유역 단위 상수 연계망, 대체원수 포트폴리오(지하수·해수담수화·인접 도시 광역연계), 관로·정수장 전면 교체, 스마트 수요관리 같은 굵직한 인프라 예산을 ‘지역 현안’으로 끌어왔어야 한다. 비가 오기 전까지 “오봉 하나만 보는 물관리”가 계속됐다는 지적은 결국 정치의 책임으로 수렴된다.
그럼에도 강릉시민은 왜 권성동에게 표를 몰아줬나. 강원 동해안의 보수적 표심 구조, 다선의 국정 레버리지에 대한 기대, “힘 있는 의원이 예산을 따온다”는 프레임이 복합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가 준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물이 흔들리면 관광·숙박·요식·농업이 동시에 멈추고 도시 브랜드가 훼손된다. ‘지속성’이라는 선택이 생활 인프라 성과로 증명되지 않으면, 같은 선택은 다음 선거에서 ‘지체’로 판정받는다. 어제 내린 비가 정치를 구해 준 게 아니라, 정치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잊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건 슬로건이 아니라 실행이다. 첫째, 상수원 다변화와 광역 연계망 구축으로 단일 취수지 의존을 끊어야 한다. 둘째, 누수율 저감과 관망·정수장 고도화를 동시 추진해야 한다. 셋째, 실시간 유량·수요 데이터 기반 ‘스마트 물관리’로 성수기 급증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넷째, 관광업·숙박업의 물 사용을 유도·통제하는 인센티브 체계를 법제화해야 한다. 다섯째, 비상시 운반급수·민군 협업 프로토콜을 상시화해 ‘트럭 물’이 아닌 ‘시스템 물’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단비가 가뭄을 멈춰 세운 건 사실이지만, 다음 비 전까지 정치는 기본으로 돌아가 치산치수를 입법과 예산으로 완성해야 한다. 강릉의 물난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관리·투자의 실패였고, 그 결과에 대한 정치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의 일시적 해소가 내일의 구조적 해갈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 도시는 다시 같은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강릉이 정치에 물로 보답받아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책임은 5선 중진과 집행부가 함께 져야만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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