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MBC뉴스 캡처)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특검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전 세계 간부 긴급 소집령을 내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지도자를 “범죄자로 낙인찍는다”는 주장으로 지지 결집을 시도했지만, 수사는 신앙이 아니라 법의 영역이다. 예외는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다. 임성근 전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 참고인으로 지목된 김장환 목사 역시 특검의 출석 요구를 거듭 거부해 3차 통보가 이뤄졌다. 특검은 “참고인은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형사절차의 빈틈을 확인시켜 줬다. 종교 지도자들이 절차 앞에서 보여준 ‘유예’와 ‘보류’의 몸짓은 신앙의 권위를 깎아내릴 뿐이다.

문제의 뿌리는 ‘성역’ 환상이다. 아무리 큰 공로를 내세운 종교라도 법 위의 면허증을 가질 수 없다. 법불아귀, 법은 귀한 이를 봐주지 않는다는 동서고금의 교훈은 간명하다. 몽테스키외가 말한 법의 지배 역시 특정 신앙의 위계보다 공동체의 평등을 먼저 세운다. 신앙이 법을 가리는 방패가 되는 순간, 신앙은 자기 파괴를 시작한다.

이 질문의 경제적 얼굴이 ‘종교인 과세’다. 한국은 2018년부터 종교인소득에 과세를 도입했다. 종교 활동과 관련해 단체로부터 받는 금전은 과세하되, 법에 정한 일부 복지·실비성 금액은 비과세로 뒀다. 제도 취지 자체는 상식적이다. 다만 소득 유형을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선택할 수 있게 해 경비 인정 폭이 커지고, 실효세 부담이 낮아지는 설계가 형평성 시비를 키웠다. 실제로 2021년 신고 종교인의 92.3%가 기타소득을 선택했고 평균 필요경비율은 70.3%였다. 2020년 실효세율을 0.7%로 추산한 국회 자료도 있다. 제도의 목적이 ‘징벌’이 아니라 ‘투명·형평’임을 고려하면, 지금 구조는 설득력이 약하다.

숫자는 더 묵직하다. 과세 2년차 통계에서 약 9만5천 명의 종교인이 1조8천억 원 안팎을 신고했고 납부세액은 100억 원대였다. 상위 10%의 지급총액 평균이 5천만 원대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대형’과 ‘비대형’ 간 세 부담과 투명성의 기울기가 존재한다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대형 개신교회와 일부 종교 지도자가 사택·차량·활동비 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과세표준이 크게 달라지는 현실을 ‘공평한 과세’로 부를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불편한 질문 하나를 더 얹는다. 교주나 종교 지도자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경찰·검찰의 과도한 예우나 늑장 대응 논란을 부르는 장면이 왜 반복되는가. 김장환 목사의 반복된 불출석에도 참고인 강제수단 부재를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대목은 제도적 사각을 드러낸 사례다. 과거 일부 종교 지도자 사건에서도 보석 조건 위반 공방, 반복적 불출석, 낮은 형 선고 등이 거듭되며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법과 원칙에 근거한 합리적 결과라면 누구든 수긍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까지 가는 과정에서 ‘특별대우’ 의심을 부르는 허점들이 방치된다면 법의 신뢰는 무너진다. 검찰과 경찰이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대상은 ‘권력 친화적 무감각’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종교인 과세의 ‘선택형’ 구조를 손봐야 한다. 소득 유형을 원칙적으로 근로소득으로 단일화하되, 실제 비용 증빙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 필요경비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식으로 공평을 확보하자. 종교활동비·사택·차량비 등 분쟁 항목은 표준지침을 세분화하고, 준수 시 세무 리스크를 경감하는 ‘세이프 하버’를 두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세청이 종교단체 전용 전자장부(표준 계정과목·증빙체크리스트 포함)를 보급해 회계 역량 격차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회계 투명성은 과세 못지않다. 일정 규모 이상 종교단체에 외부감사 또는 간이검토를 의무화하고, 신도에게 요약 재무정보를 정기 공시하자. 공익법인 다수를 차지하는 종교단체가 공시 의무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는 현행 구조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셋째, 검찰·경찰 개혁을 종교 권력과의 ‘거리 두기’에서 시작하자. 참고인 불출석 반복 시 기소 전 증인신문 등 대안절차를 더 기민하게 가동하고, 반복적 불응에 대한 제재 수단을 실효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건 처리를 맡는 수사·재판 담당자의 이해충돌 사전신고를 강화하고, 종교단체의 외부 로비 정황에 대한 보고·기록 의무를 표준화하자. 공익신고자 보호 범위를 종교단체 내부고발자까지 넓히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무엇보다 수사 착수부터 종결까지의 주요 절차와 판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원칙을 정례화해야 한다. 그래야 ‘봐주기’ 의혹이 개입할 공간이 좁아진다.

넷째, 국회와 정부는 종교단체의 공적 재정지원(문화재 보수, 행사 보조 등)과 과세·공시 의무를 연동해야 한다. 공적 지원을 받는다면 최소한의 회계 공개와 준법 의무를 지는 것이 상식이다. 신앙의 자유와 정교분리는 ‘면죄부’가 아니라 ‘책임의 증명’이다. 세금과 수사 앞에서 같은 시민으로 서는 태도는 신앙을 훼손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앙의 품격을 지켜 준다. ‘성역’은 진실을 가리고, 투명성은 신뢰를 만든다. 법 위에 선 거룩함은 없다. 법과 투명성 위에 선 신앙만이 오래 간다. 그것이 이 난맥을 끝내는 가장 간단하고도 강력한 길이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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