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섭 작가 개인전 포스터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오직 가로선만 남기고 다른 형상을 비워낸 회화가 삼청동에 걸린다.

이두섭의 30번째 개인전 ‘비교는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가 9월 15일(월)부터 20일(토)까지 한벽원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가로선의 반복이라는 단일 행위로 시간의 누적과 감각의 층위를 쌓아 올리는 작가의 최근 작업을 압축해 보여준다. 장소는 종로구 삼청로 83에 위치한 한벽원미술관으로, 전통·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전시 공간이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비교의 언어’를 지우는 태도다. 작가는 유한한 형태의 유혹을 거부하고 가로선만을 끝없이 긋는 반복으로 리듬을 축적한다. 무심한 붓질이 겹겹이 포개지며 우연과 무의식이 표면으로 떠오른다. 선의 중첩은 화면을 평면에서 꺼내 시간의 두께로 바꾸고, 관람자는 ‘유한한 시간—무한한 공간’으로 확장되는 감각을 마주한다. 이러한 개념은 작가 노트에서 드러난다. 그는 진리의 실체를 의심하고, 완성 순간 박제되는 ‘아름다움’이 동사처럼 살아 움직일 방법을 모색한다고 밝힌다.

한벽원미술관은 삼청로 라인의 대표적 전시 공간 중 하나다. 근처에는 대형 미술관과 상설·기획전을 수시로 여는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어, 관람 동선 안에서 다양한 현대미술 스펙트럼을 함께 체험하기 좋다. 삼청동 일대는 전통 한옥과 현대 문화시설이 공존하는 예술 지대로, 국내외 관객의 전시 접근성이 높다.

깊은목소리(이두섭 作)

MISTY(이두섭 作)


작가 이두섭은 색과 면, 그리고 선의 긴장으로 일상을 재구성해 온 화가다. 2024년 개인전 ‘앞의 언덕’에서 그는 외적 재현을 내려놓고 색면의 미세한 떨림만으로 화면을 끌고 가는 시도를 선보였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관객의 내면 감각과 자신의 ‘자기’를 만나는 지점을 실험해 왔다. 한편 인터뷰에서는 화가의 삶을 ‘구도’에 비유하며, 고독한 작업의 시간이 관람자에게 안도와 평화를 불러올 때 비로소 존재 이유를 확인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가로선’ 회화는 그러한 태도의 연장선에서, 비교 대신 체험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본질에 닿으려는 시도다.

전시는 6일간 진행된다. 가을 초입의 삼청동에서 ‘비교’라는 잣대를 내려놓고 화면 앞에 오래 서 있을 이유가 충분하다. 가로선의 인내와 무심, 그리고 결의의 리듬이 관람자의 시간 감각을 미세하게 바꾸는 순간을 예고한다. 본질은 말보다 체험에서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그 단조로운 선의 두께가 설득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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