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교 시사의창 전문위원
작금의 대한민국 사법 현실을 바라보며 묻지 않을 수 없다.
의로운 판사는 어디에 있는가? 판사들에게 과연 ‘정의’라는 말은 여전히 살아 있는가?
군사독재시절에도 목숨 걸고 총칼에 굴하지 않았던 판사들이 있었다. 계엄군의 위협과 정권의 압박 속에서도 헌법과 양심을 지키며, 불의한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 있었기에 국민은 사법부에 희망을 걸 수 있었다. 법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사회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믿음이 그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법원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국민들이 재판을 지켜보며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법정에 정의가 살아 있는가?” 권력자와 기득권층에게는 관대한 판결이, 힘없는 서민에게는 가혹한 형량이 내려지는 현실 속에서, 법은 점점 ‘공정한 심판자’가 아닌 ‘정치적 계산의 무대’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불신의 결과다. 법원은 재판 독립을 주장하며 반발하지만, 국민 눈에는 ‘독립’이 아니라 ‘무책임’으로 비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SNS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판 독립 보장” 발언을 겨냥해 “대선 때 대선후보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이 재판 독립이냐”고 직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6·3 대선을 앞둔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국민의 선택권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사법부 스스로가 정치적 판단에 개입하며 ‘재판 독립’의 명분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이제 사법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는 정치권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사법부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법원은 더 이상 스스로의 권위를 주장할 수 없다. 정의롭지 못한 판결, 불공정한 판결은 곧 사법부의 존립 근거를 무너뜨린다.
다시 묻는다. 오늘날 법정을 지키는 판사들은 과연 정의로운가? 군사독재 시절에도 불의에 맞선 선배 판사들이 있었듯이, 지금의 판사들도 역사의 물음 앞에 서 있다. 법복은 권력에 아부하기 위해 입는 옷이 아니다. 그것은 헌법과 양심을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사법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법원이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반드시 그 길을 열 것이다. 정의로운 판사들이 사라진 법정은 존재할 이유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