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최진수기자] 부안군이 품은 두 지질명소가 마침내 국가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날을 눈앞에 두고 있다.「부안 격포리 페퍼라이트」와 「부안 도청리 솔섬 응회암 내 구상구조」가 국가지정유산으로 예고되면서, 전북특별자치도 부안은 학문적 가치와 더불어 관광, 교육, 지역경제를 아우르는 전략적 자원으로 비상할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지정 예고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이는 부안이 가진 자연유산이 이제 국내 차원을 넘어 국제 지질관광의 거점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선언이다. 앞으로 남은 것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즉 보존과 활용의 균형 속에서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의 문제다.
사진 - 부안 지질명소, 국가유산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부안 격포리 페퍼라이트(부안군 제공)
부안 격포리 페퍼라이트, "용암과 물이 빚어낸 천연의 기록"
변산면 격포리에 자리한 「부안 격포리 페퍼라이트」는 화산활동과 퇴적작용이 동시에 일어난 결과물이자, 지질학 교과서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독창적 사례다.
뜨거운 용암이 아직 굳지 않은 퇴적층을 통과하면서 수분이 수증기로 폭발하고, 이 과정에서 퇴적물과 용암이 뒤섞여 굳어지며 형성된 것이 바로 페퍼라이트다. 그 모습이 마치 후추(pepper)를 흩뿌린 듯 보여 ‘페퍼라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 - 부안 지질명소, 국가유산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부안 격포리 페퍼라이트 일원(부안군 제공)
그러나 부안의 페퍼라이트는 일반적인 사례와 다르다. 대체로 얇은 층으로 형성되는 다른 지역과 달리, 격포리의 페퍼라이트는 두꺼운 규모로 나타나 그 자체가 특별한 학문적 가치를 지닌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퇴적과 화산활동의 동시성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평가한다. 이는 단순한 암석이 아니라, 지구 진화의 한 장면을 생생히 간직한 기록물이다.
사진 - 부안 지질명소, 국가유산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부안 도청리 솔섬 응회함 내 구상구조(부안군 제공)
솔섬 응회암 구상구조, "포도송이 같은 화산의 흔적"
부안 도청리 앞바다에 위치한 솔섬 역시 마찬가지다. 약 8,700만 년 전 백악기말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이 섬은 지금은 낙조 관광지로 더 유명하지만, 그 속살은 학문적으로 훨씬 더 매혹적이다.
솔섬 하부 응회암에서 발견되는 구상구조는 마치 포도송이가 뭉쳐 있는 듯한 독특한 형태다. 이는 응회암이 굳기 전, 열수가 모암을 뚫고 지나가면서 철산화물이 침전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지질 현상이다.
즉, 솔섬은 단순한 낙조 명소가 아니라 백악기말 화산활동의 현장 교본이다. 학문적으로도, 관광적으로도 ‘보물섬’이라 불러 마땅하다.
사진 - 부안 지질명소, 국가유산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부안 도청리 솔섬 간조시 전경(부안군 제공)
천연기념물 지정, 이제는 ‘관광자원화’가 관건
천연기념물 지정은 분명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 소중한 지질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동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보존만을 외친다면 그 가치는 학계에 갇혀 버린다. 반대로 활용만을 앞세우면 무분별한 개발로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부안군이 나아가야 할 길은 ‘지속가능한 지질관광 모델’이다. 단순한 관광지 개발이 아니라, 학문·관광·지역경제가 동시에 살아 숨 쉬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관광자원화 전략 ① 지질관광 콘텐츠 개발
첫 번째 전략은 ‘콘텐츠’다. 격포리 페퍼라이트와 솔섬 구상구조는 그 자체가 살아 있는 교과서이자 체험형 자원이다.
이를 활용해 학생·가족 단위의 지질탐방 교육 프로그램, 전문가 대상의 국제 학술답사 프로그램, 관광객을 위한 야간 지질투어를 개발할 수 있다. 특히 솔섬의 낙조와 지질 구조를 결합한 ‘낙조와 지질의 만남’ 프로그램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또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을 도입해 ‘디지털 지질관광’을 구현한다면, 현장 체험이 어려운 이들에게도 부안의 지질유산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관광자원화 전략 ② 국제 네트워크와 연계
두 번째 전략은 국제화다. 부안은 이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은 이를 다시 추진할 강력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부안군은 전북특별자치도와 협력해 국제 지질학 학술대회 개최, 해외 지질공원과의 교류 프로그램, 국제 청소년 지질캠프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안은 학문적 권위와 관광적 매력을 동시에 세계에 알릴 수 있다.
관광자원화 전략 ③ 지역경제와의 연계
세 번째 전략은 경제적 파급 효과다. 지질관광은 단순히 관광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소득과 직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오-가이드(Geo-Guide) 양성으로 지역 주민이 직접 관광 해설사로 참여하도록 하고, 지오-마켓(Geo-Market)을 통해 지질명소와 결합한 특산품·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페퍼라이트를 형상화한 기념품, 솔섬 구상구조를 모티프로 한 관광상품 등은 부안만의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다.
또한 변산반도의 뽕, 곰소젓갈, 바람꽃 등 기존 자원과 결합하면, 단순히 돌을 보러 오는 관광이 아니라 ‘지질+음식+문화’의 종합체험 관광으로 발전할 수 있다.
관광자원화 전략 ④ 교육·문화 융합
네 번째 전략은 교육과 문화의 접목이다. 지질유산은 과학 교육의 현장 교재로서 손색이 없다. 따라서 학교·대학과 연계한 지질학 현장학습,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민 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 축제와 결합해 ‘지질문화축제’를 개최하면, 과학과 문화, 관광이 하나의 무대에서 어우러질 수 있다. 이는 부안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교육 현장’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된다.
부안군의 과제와 결단
권익현 부안군수는 “부안의 지질유산은 세계적 가치가 있는 관광·교육 자원”이라며 “보존과 활용을 병행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보존과 활용의 균형이 핵심이다. 개발 논리에 휘둘려 소중한 유산이 훼손되는 과거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학계·지자체·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또한 중앙정부와의 협력, 국제기구와의 연대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는 부안에게 주어진 기회이자 도전이다. 격포리 페퍼라이트와 솔섬 구상구조는 단순한 암석이 아니다. 지구가 수억 년 동안 써 내려간 연대기이며, 이를 토대로 부안은 세계적 관광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다.
앞으로 부안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학문적 가치 → 관광 콘텐츠화 → 지역경제 활성화 → 국제 지질관광 거점화. 이 선순환 구조를 완성할 때, 부안은 단순한 지역 관광지가 아니라 지구 역사를 품은 세계적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부안군 #지질유산 #천연기념물 #격포리페퍼라이트 #도청리솔섬응회암구상구조 #용암 #지질공원 #암석 #관광브랜드 #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