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은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전으로 ‘장미·토끼·소금: 살아 있는 제의’를 개최, 현대미술을 통해 부재와 상실, 치유와 회복을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본관 1·2 전시실에서 열린다.사진은 참여작가들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송상교 기자)


[시사의창=송상교기자] 재난과 상실 이후, 예술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광주시립미술관은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전으로 ‘장미·토끼·소금: 살아 있는 제의’를 개최, 현대미술을 통해 부재와 상실, 치유와 회복을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본관 1·2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이수경, 박찬경, 김주연 작가가 참여해 회화, 설치 등 3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세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죽음, 상실과 치유의 과정을 ‘제의(祭儀)’라는 모티브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감정적 회복과 공동체적 연대를 모색하게 한다.

전시는 종교적 의례로서의 제의가 아닌, 인간 존재가 세계와 다시 만나는 실천 방식으로서의 제의를 예술로 번역해낸다. 자연재해와 기후위기, 전쟁과 같은 현실적 위기 속에서 예술은 제의적 언어로 고통을 해석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타자와 교감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전으로 ‘장미·토끼·소금: 살아 있는 제의’를 개최, 현대미술을 통해 부재와 상실, 치유와 회복을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본관 1·2 전시실에서 열린다.(사진=송상교 기자)


‘장미’, ‘토끼’, ‘소금’이라는 전시 제목은 세 작가의 작품 속 상징을 차용했다. 이수경의 ‘장미’는 부재와 애도의 감각을 담아내고, 박찬경의 ‘토끼’는 남겨진 자들의 상실감을 드러내며 현실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김주연의 ‘소금’은 정화와 치유, 벽사의 의미를 통해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광주시립미술관 홍윤리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세 작가가 한자리에 모였지만, 하나의 그룹전이 아닌 같은 주제를 공유한 세 개의 개인전으로 구성됐다”며 “예술이 상실의 시대에 감정 회복과 예술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제의로 기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립미술관 윤익 관장은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모두 불안 속에 놓여 있다”며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예술 속에서 위로와 평온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 소개
▶ 이수경(1963-) : 이수경 작가는 깨진 도자기 파편을 이어 붙이는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파편화된 기억과 상실을 재생과 회복의 과정으로 시각화하며, 개인의 내면에 각인된 상실의 흔적을 제의적 행위로 치환한다. 도자기 파편을 재결합해 탄생하는 작품은 부재와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도 ‘보이지 않는 세계’를 환상적 화풍으로 표현해 무의식 속 풍경을 동화적으로 풀어냈다.

이수경 작가의 『번역된 도자기- 2017 TVBGJW 2』 (사진=송상교 기자)



▶ 박찬경(1965-) : 영화감독 박찬욱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박찬경 작가는 사진, 영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분단, 전통 종교, 민간 신앙을 다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불교 설화와 사찰 벽화를 재해석한 회화와 다큐멘터리적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열반도-둘’에서는 열반에 든 부처 곁을 지키는 토끼를 형상화하며 남겨진 자들의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표현한다.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다룬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연작은 현대 사회의 위기와 현실적 공포를 직시하도록 이끈다.

박찬경 작가의 『늦게온 보살 2019』 (사진=송상교 기자)



▶ 김주연(1964-) : 김주연 작가는 동양철학의 개념 ‘이숙(異熟)’을 바탕으로 생명과 죽음, 소멸과 탄생의 순환 구조를 시각화한다. 자연의 순환 원리를 식물과 설치 작품으로 표현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수직정원’은 하늘과 땅을 잇는 나무 형상을 통해 초월적 연결을 상징하며, ‘Metamorphosis’는 버려진 신문 더미에 이끼를 자라게 하여 소멸과 재생의 과정을 드러낸다. 전시실 마지막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소금’은 정화와 치유의 체험을 관객에게 직접 전하며 전시의 주제를 응집한다.

김주연 작가의 『‘Metamorphosis’ 2025』 (사진=송상교 기자)

송상교 기자 sklove77@hanmail.net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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