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 2025년 9월호=김지아 칼럼니스트] 한국 전통 간식과 서양 디져트 개념의 경계에서 ...
‘한식 디저트’라는 표현은 이제 일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말이 되었다. 전통떡에 치즈를 넣거나 잼을 곁들이고, 전통 약과를 활용한 쿠키를 현대적인 접시에 플레이팅 하면서 자연스레 ‘한식디저트 플레이트’라는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문득 의문의 들었다. 한국 전통간식에 디저트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맞는지. 떡은 과연 디저트인가?
디저트, 그 본래의 자리
디저트(dessert)는 프랑스어 desservir에서 유래한 말로, ‘식탁을 치우다’라는 뜻에서 출발한다. 즉, 식사를 마친 후, 마지막에 나오는 단 음식이 바로 디저트인 것이다. 서양의 코스요리에서는 식후 입안을 정리하고 기분을 환기시키는 기능을 한다. 케이크, 마카롱, 과일푸딩, 아이스크림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디저트의 핵심은 ‘식사 후’라는 시간적 위치와 입가심이라는 기능적 역할, 그리고 단맛을 지닌 음식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코스의 마무리로써 시각적, 미각적 완성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한식의 간식, 주전부리 문화
반면 한국 전통에서 떡, 한과, 엿, 곶감, 강정 등은 대부분 식사 사이에 먹는 간식 혹은 주전부리로 여겨졌다. 일상적인 간식에서부터 손님접대, 명절선물, 제례음식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엄밀히 말해 ‘식후 디저트’로서 제공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농경사회에서 주전부리는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의미했고, 대접과 나눔의 상징이기도 했다.
또한 ‘주전부리’라는 말에는 단순한 배고픔의 해결을 넘어, 입이 심심할 때 무언가를 씹는 정서적 행위가 포함되어 있으니 이는 디저트와 또 다른 문화적 맥락이다.
왜 ‘한식 디저트’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현대에 들어와 전통 간식은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한식 디저트’이다.
그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브랜딩 전략: 떡이나 한과를 고급화, 현대화된 이미지로 전달하기 위해 디저트라는 용어를 차용했다.
2. 외국어 번역의 필요성 :해외에서 ‘Korean Traditional Snack’보다 ‘Korean Dessert’가 더 이해되기 싶고 시각적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다.
3.코스요리 문화의 도입 : 고급 한식당에서 식사 후 떡, 다식, 전통차를 제공하면서 실제 ‘디저트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렇듯 ‘한식 디저트’는 원래의 기능보다 현대 식문화 속에서의 위상변화를 반영한 말이다.
디저트가 된 전통 간식들
삼청동의 전통 찻집이나 미쉐린 한식 레스토랑에서는 이미 디저트 코스가 일반화되고 있다. 접시에 한과를 섬세하게 배열하고 유자청이나 배숙을 곁들이며 식사를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이런 공간에서는 분명 떡과 한과가 ‘디저트’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브랜드들도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종로방앗간’은 전통 떡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백화점과 편집숍에 입점하며 ‘떡 디저트’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교동한과’‘등은 한과를 고급패키지화 하여 선물용 디저트로 제안한다. 또한 여러 떡카페들은 전통 떡과 차를 ’디저트 플레이트‘로 구성해 MZ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상 속에서 떡은 생일상, 제사상, 간식 등 다양한 자리에서 소비된다. 디저트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다채롭게 삶의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다.
용어의 힘, 문화의 흐름
디저트라는 단어는 소비자에게 어떤 인상을 줄까?
아마도 고급스러움, 현대적인 느낌 등의 감각일 것이다. 전통 떡을 디저트라 부를 때 우리는 그 음식에 새로운 시전을 더하게 된다. 반대로, 누군가는 떡이라는 정서적 음식에 디저트라는 서구적 이름의 씌워지는 것을 불편해할지도 모른다.
용어는 시대를 반영한다. 지금의 ’한식 디저트‘는 단지 음식의 범주를 넘어서 정체성과 이미지 , 시장성과 문화적 해석이 얽힌 용어이다. 떡이 디저트인지, 주전부리인지에 대한 질문은 어쩌면 정답이 아니라 의미의 확장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할 때, 꼭 개념적 정합성만 따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그 틈에서 새로운 문화가 태어나기도 하니 말이다. ’디저트가 된 떡‘ 그것이 바로 지금의 시대가 만들어낸 음식 문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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