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삶의 대명제다. 정해진 성공의 방정식을 풀어내느라 오늘도 해야 할 일에만 매달리며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떻게 재미있게 살 것인가?’라고 질문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을 가지고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산다면 가능하다. 또한 좋아하는 재미를 즐기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더 재밌다. ‘재미있게 산다는 것’은 바로 일상 곳곳에 있으니 함께 누려보자.

둘만의 만남 ©Pixabay


[시사의창 2025년 9월호=서병철 작가] 누군가를 만나 즐겁게 지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만남 혹은 모임을 통해서 그 기쁨을 누린다.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모임에서는 대체로 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 후 귀갓길에 허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도 있을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만나서 이야기하더라도 상대방을 알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사람이 많은 모임은 더 어렵다. 몇 년을 만나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람이 이런 면도 있었네’하며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고 아예 손절하는 때도 있다. 정말로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인 것은 맞는 듯하다.
나는 회사 다닐 때 다양한 모임을 참여하거나 주관하면서 인간관계가 폭넓고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퇴 후에 기존 인간관계가 90% 이상 끊어지면서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집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멍하니 있는 그 자체가 외롭고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무엇인가를 배우러 나가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역시 만만치 않았다. 다만 좋아하는 재미 모임은 달랐다.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이 서로의 부담을 덜어 주며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다만 서로 깊이 알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모임을 주선할 때 최소 3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단둘이 만나면 뭔가 뻘쭘할 것 같고,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다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단둘이 만나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 1:1 만남은 둘만의 진솔한 대화가 이어지고 서로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단체 모임 외에 1:1 만남을 시도하고 늘려가면 어떨까? 먼저 1:1 만남은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가 좀 더 알 수 있어서 좋다. 나에게는 머리가 비상한 천재이자 마음씨도 착한 천사 같은 특별한 친구가 있다. 전 회사에서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그리 친하지는 않았다. 몇 년 전, 갑작스럽게 해외 가족 여행을 간다고 연락했는데 현지에서 가이드 역할을 해 주고, 집에 초대까지 해 주어서 친해졌다. 최근에 한국에 와서 바쁜 일정임에도 나와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대화 중에 그 친구는 “세상에 이런 공간, 시간에 둘이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 아니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 이렇게 만나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인연이구나’를 새삼 느끼며 격하게 공감했다.
어려움을 겪은 사람을 온전하게 알려면 그가 이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쳤던 회사가 파산 처리가 되고 몇 달 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좌절했다는 그 친구의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 후 자신을 추스르고 단단해져서 멋지게 성장한 그의 이야기가 강한 울림까지 주었다. 이번 만남이 그 친구를 더 깊이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한 1:1 만남을 통해 작은 질문이 아닌 커다란 질문을 던지며 서로가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어제 교육 끝나고 올라오는 길에 책을 신청해 오늘 아침에 받았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도 책을 쓰고 싶거든요.” 참석자가 200명이나 되어서 다소 긴장했던 지난 H 기업 강연 다음 날 아침에 받은 반가운 문자 내용이다. 강연 후 나에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그였다. 그는 은퇴하면 글을 쓰는 싶다고 했다. 내 명함을 건네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기에 그러려니 하며 넘겼는데 이번에는 달랐던 것이다.
그 후에 또 연락이 왔다. 내가 출연한 EBS TV 평생학교 프로그램도 모두 다 봤다고 하면서 이제는 작가님을 만나 여행, 책, 인생 2막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막상 만나보니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형, 동생처럼 대화에 막힘이 없었다. 어린 시절, 가족, 직장 이야기 등. 현실적인 궁금한 질문인 글을 쓰게 된 동기, 주제 선정 방법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왜 책을 쓰려고 하는지, 책을 쓰는 요령, 책을 쓰고 난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묻지 않았지만 내가 알고 경험한 모든 것을 쏟아냈다. 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제2의 인생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커다란 질문을 던지며 밀도가 높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소중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멘토를 만나라고 강조한 나의 강연 메시지를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좋은 얘기 잘 나누고 아주 유익했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자고 말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헤어졌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가 쓴 책 《사람을 안다는 것》에서 사람을 크게 ‘디미니셔(Diminisher)’와 ‘일루미네이터(Illuminator)’로 나눈다. 제 능력을 믿고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디미니셔는 타인을 친구가 될 사람이 아니라 이용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일루미네이터는 다른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관심의 빛을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 그들이 자기 자신을 더 크고 더 존중받는 존재라고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과연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만약 일루미네이터가 되고 싶다면 여러 사람들과의 모임도 좋지만 1:1 만남을 강력하게 권한다. 온전히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서로가 겪고 있는 속 깊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성장까지 가져올 수 있어서다. 일루미네이터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세상은 좀 더 밝게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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