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월곡동 ‘역사마을 1번지’ 고려인마을에는 특별한 이들이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유가이 발레르(60) 단장, 우즈베키스탄 출신 장인나(45)·리 리자(45)·리 조야(58)·최 비탈리(48), 러시아 출신 박나탈리아(46)로 구성된 고려인마을 아리랑공연단이 바로 그들이다.

9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들은 단순한 예술가가 아니다. 고려인아리랑가무단, 어린이합창단,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리랑’과 함께 고려인의 전통 문화를 지켜내고,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살아 있는 증언자들이다.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이들의 노래는 한 세기 전 강제이주의 눈물과 고통, 오늘날의 희망으로 이어지는 기록이 되고 있다.

*노래와 예술로 역사를 이어가는 광주고려인마을 아리랑공연단/사진=고려인마을 제공

2022년, 이들은 세계 유일의 고려인을 위한 지상파 라디오 고려방송(FM93.5Mhz)개국을 주도했다. 그 순간, 광주에서 울린 목소리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방송은 단순한 매체가 아니었다. 고향을 떠나 살아온 고려인들에게는 고려인의 전통 문화를 지켜내는 끈이자, 흩어진 공동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구심점이었다.

아리랑공연단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3년 이후 매년 열리는 ‘고려인의 날’ 특별공연을 비롯해, 빅토르 최 기타교실 운영과 수많은 무대를 기획하며 고려인 예술과 문화의 전승을 이끌어왔다. 따라서 그들의 공연은 단순한 예술 행위가 아니라, 아픈 역사를 예술로 승화시킨 증언이자, 후세에게는 뿌리와 정체성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되고 있다.

또한 이들의 헌신은 고려인 공동체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국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 고려인 동포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넓혔고, 그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다졌다. 더 나아가 문화예술을 통한 교류와 화합을 이끌어내며,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문화적 위상까지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주 고려인마을의 작은 공연장과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는 단순한 선율이 아니라, 조국을 떠난 이들의 눈물이자, 후세에 전해줄 자긍심의 언어이며, 세계를 향한 희망의 노래가 되고 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고려인마을 #고려인 #재외동포 #광주광역시 #역사마을1번지 #광주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