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 세기 전 고향을 떠나야 했던 고려인의 노래가 다시 조국 땅에서 울려 퍼진다. 카자흐스탄에 뿌리내린 고려인 후손들로 구성된 합창단 ‘비단길’이 한국을 찾아 ‘역사마을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들과 역사와 문화를 나누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된다.

8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광산구는 오는 9월 14일 오전 9시 30분부터 15시 30분까지 고려인마을 일원과 월곡고려인문화관 ‘결’에서 “광복 80주년 기념 – 비단길과 함께하는 고려인 만남”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고려인마을 주민과 합창단의 교류를 통해 국내·외에 고려인마을을 알리고, 잊혀졌던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가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공연은 특히 윤혜영 광산구의원의 헌신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그동안 윤 의원은 고려인마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고, 해외 동포와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꾸준히 애써 왔다. 그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비단길 합창단의 공연이 고려인마을에서 성사될 수 있었다.

행사 당일, 비단길 합창단은 고려인마을주민관광청 해설사와 함께 고려인마을을 둘러본다. ▲1937 강제이주 타일 벽화 포토존 ▲고려인광주진료소 ▲커뮤니티센터 ▲문빅토르미술관 ▲전통 의상 체험 ▲지역아동센터 ▲고려인종합지원센터 ▲GBS 고려방송 ▲홍범도공원에 이르는 투어 코스를 통해, 강제이주의 아픈 역사와 현재 살아 숨 쉬는 공동체의 삶을 체험한다.

이어 오전 10시 30분부터는 월곡고려인문화관 ‘결’에서 토크콘서트 “노래로 만나는 고려인 이야기”가 열린다. 고려인 구전가요 기획전 작품 소개, '고려아리랑' 을 작사한 김병학 고려인문화관장과 합창단의 대화, 그리고 13시부터 홍범도공원에서 합창단과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져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합창단 ‘비단길’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내몰린 고려인들의 후손들로 이루어졌다. 단원 대부분은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카자흐스탄에 정착하며 겪은 고난을 기억 속에 품고 있다.

“우리 가족이 탑승한 화물열차는 창문도 없는 검은 칸이었다. 사람인지 가축인지 알 수 없는 열차였다. 그 길고 어두운 여정을 견뎌낸 끝에 우리는 카자흐스탄 땅에 남겨졌다.” 합창단 단원 김 베라 이바노브나(85)가 조부로부터 들은 기억이다.

강제이주의 길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들은 노래를 버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부르던 아리랑은 낯선 땅에서 삶을 버티게 한 힘이 되었고, 후손들의 가슴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합창단의 한 단원은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조국 땅에 살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늘 ‘죽어서라도 조국 땅에 묻히고 싶다" 며 "그분들의 노래는 곧 우리의 뿌리다.” 라고 전했다.

이날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울려 퍼질 합창단의 노래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의 고난을 함께 이겨낸 디아스포라의 증언이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다시 조국과 이어지는 화해와 회복의 노래다.

따라서 광산구 관계자는 “이번 교류 행사는 고려인마을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해외 동포들에게 조국의 따뜻한 품을 전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며 “비단길 합창단의 눈물어린 노래가 고려인마을 주민들과 함께 큰 감동으로 나눠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윤혜영 광산구의원은 “비단길 합창단이 고려인마을에서 노래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한 시간이 저에게도 큰 기쁨이었다”며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디아스포라 고려인의 눈물과 희망을 기억하고 조국과 다시 이어지는 역사적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고려인마을 #고려인 #재외동포 #광주광역시 #역사마을1번지 #광주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