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고창군 교촌마을, _우리동네살리기_ 사업계획도(고창군 제공)


[시사의창=최진수기자] 고창군 교촌마을이 다시 태어난다. 그동안 낡은 주택과 위험한 경사로, 밤이면 우범지대로 변하던 골목길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청년과 기존 주민이 어울려 살아가는 건강한 마을로 재편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주관 ‘우리동네 살리기 사업’ 신규 공모에서 고창군 교촌마을이 최종 선정되면서, 97억 원 규모의 대대적인 재생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다.

▶ 고창 교촌마을, ‘낡고 어두운 동네’에서 ‘살고 싶은 마을’로

교촌마을은 고창읍 군청 뒤편에 위치해 있다. 마을 중심에는 향교가 자리 잡고, 봄철이면 하늘공원 벚꽃길을 찾는 나들이객들이 몰려드는 명소다. 하지만 관광객이 떠난 일상으로 돌아오면, 마을은 오랜 시간 방치된 노후주택과 비좁고 가파른 골목길, 밤이면 불안감이 감도는 우범지대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고창군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도시를 지탱하는 기본 단위는 ‘마을’이고,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는 철학 아래, 교촌마을을 도시재생의 전략 거점으로 삼았다. 단순히 시설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안전하게 살고 청년이 웃으며 정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 총 97억 원 투입…슬레이트 지붕·위험 옹벽 철거, ‘누구나 편한길’ 조성

2025년부터 2029년까지 6년 동안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는 총 97억 원(국비 40억 원 포함)이 투입된다. 가장 먼저 추진되는 것은 안전망 확충이다. 슬레이트 지붕 정비와 노후주택 보수, 붕괴 위험이 있는 옹벽 철거 작업이 진행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유모차와 휠체어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누구나 편한길’도 조성돼 고령자·장애인·돌봄이 필요한 가정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안전과 편의성 확보는 단순한 기반시설 개선을 넘어 주민들의 생활권을 지켜내는 본질적 과제다. 고창군은 이번 정비를 통해 교촌마을의 ‘밤길 두려움’을 없애고, 주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안전한 마을로 전환하겠다는 각오다.

▶ 주민 공동체 중심 ‘새봄 어울림센터’…문화·소통 허브로

이번 사업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변화는 ‘새봄 어울림센터’ 건립이다. 단순한 회의실이 아닌, 문화강습·주민회의·소모임·마을행사 등이 이뤄지는 복합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주민 참여형 마을 재생의 핵심 전략이다. 시설만 새로 지어놓고 주민이 외면하는 기존 도시재생 사업의 한계를 넘어서, 주민 스스로 기획·운영·참여하는 ‘살아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새봄 어울림센터’는 교촌마을 주민 결속력의 상징이자, 지역공동체 회복의 심장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청년특화주택으로 세대 통합과 활력 불어넣는다

교촌마을 변화의 또 다른 축은 청년특화주택이다. 마을 입구 어린이집이 이전하면서 비게 된 부지에 지상 5층 규모의 청년주택이 들어선다. 총 40세대 규모로, 45.54㎡ 투룸형 구조를 채택했다.

이 주택은 단순히 청년 주거난 해소 차원을 넘어선다. 청년이 유입되고 정착하면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생기고, 기존 고령 주민과의 세대 간 교류가 촉진된다. 청년의 생활양식과 에너지가 마을에 스며들며, 교촌마을은 ‘청년과 노인이 함께 사는 건강한 마을공동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 주민과 함께 만든 계획…‘참여형 마을살리기’ 모델

이번 공모 과정은 철저히 주민과의 협의를 기반으로 추진됐다. 단순히 행정이 계획을 짜고 주민에게 알리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계획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이는 ‘위에서 찍어내리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이 함께 만든 마을살리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창군은 교촌마을 재생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 심덕섭 군수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이번 성과에 대해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는 세포이자 뿌리다. 세포가 살아야 도시 전체가 건강하다”며 “교촌마을을 주민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밝고 건강한 세계유산도시 고창의 얼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심 군수의 발언은 단순한 포부가 아니다. 최근 지방소멸 위기가 전국적으로 심화되는 가운데, 농촌 지역은 청년 유출과 고령화로 공동체 붕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 단위’ 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현실적 절박함이 깔려 있다.

▶ 죽은 동네에서 살아있는 도시세포로

교촌마을 재생은 단순한 도시 미관 개선 사업이 아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빈집과 낡은 골목, 불안한 밤거리를 ‘살아 있는 도시세포’로 다시 불러내는 실험이다. 여기에 주민 참여와 청년 유입이 더해진다면, 고창군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참여형 도시재생’의 본보기로 자리잡을 수 있다.

교촌마을은 이제 단순히 ‘군청 뒤편 낡은 마을’이 아니다. 앞으로는 ‘주민이 웃고, 청년이 정착하며, 모두가 편안히 사는 마을’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게 될 것이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고창군 #우리동네살리기 #교촌마을 #국토교통부 #참여형도시재생 #빈집 #도시세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