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광주 고려인마을 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가 남긴 피맺힌 상처 속에서도 한글 문학의 불꽃을 살아 있게 한 고려인 작가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다시 부르고 있다.
이는 중앙아시아의 거친 바람과 모래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한글문학의 불꽃을 피워낸 그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후손들에게 알리는 것은 도리이자 의무라는 생각에서다. 따라서 이번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은 바로 그 숭고한 뜻을 담아 열리고 있다.
*탈북 고려인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였던 양원식(1932~2006)/사진=고려인마을 제공
특히 이들 중 탈북 고려인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였던 양원식(1932~2006)의 삶과 문학, 작품세계가 다시금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양원식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국비 유학생으로 소련에 건너간 뒤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망명을 선택한, 민족의 운명과 맞서온 삶을 살아낸 인물이다.
망명 후 카자흐스탄에 정착한 그는 영화촬영가이자 언론인으로, 한글신문 『레닌기치』와 후신 『고려일보』의 문예부장·주필·사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모국어와 문학을 지켜냈다.
그의 대표작 시집 『카자흐스탄의 산꽃』(시와진실, 2002)은, 아름답지만 이질적인 중앙아시아의 자연 속에서 조국에 대한 향수와 현실의 괴리를 동시에 담아낸 작품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시 속에는 디아스포라로서의 존재론적 고독, 낯선 중앙아시아 모래바람 속에서 피어난 한글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그의 시는 단순한 개인적 고백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향을 잃고 방황하는 수많은 고려인의 정체성과 감정을 대변하는 목소리였다. 그의 시집 『카자흐스탄의 산꽃』에는 이런 구절이 실려 있다.
“나는 잊지 않았다 / 바람 속에 묻힌 고향의 언덕을 / 그 언덕 위 흘리던 어머니의 눈물을”
짧은 시구 속에 담긴 그리움과 눈물은, 단절된 세월을 건너 모국어로 이어간 정체성과 조국 상실의 아픔을 상징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의 무대에서는 바로 그 산꽃처럼 “중앙아시아의 사막 바람 속에서도 모국어의 꽃을 피우고자 했던 한 시인의 목소리”가 관람객의 마음에 전해지고 있다.
전시를 찾은 한 관람객은 “양원식의 시를 읽으며 눈물이 났다" 며 "단절된 세월 속에서도 고려인이 지켜온 한글은 민족혼을 이어주는 끈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고려인마을은 이번 기획전을 통해 고려인 디아스포라가 남긴 풍부한 문학·예술 자료와 함께 잊혀진 언어의 기억, 그리고 ‘언어는 곧 조국’이라는 메시지를 관람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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