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개혁의 심판대에 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국 법원장 회의를 전격 소집했다. 표면적 이유는 사법행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함이라지만, 실제 속내는 더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5대 의제’에 맞불을 놓고, 나아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빌드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김문교 시사의창 전문위원
문제는 이 장면이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사법부가 개혁을 거부하기 위해 제도권을 동원해 정치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투명성과 책임, 정치로부터의 독립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법원은 거꾸로 정치와 한몸이 되어 기득권을 지키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내란 수괴’ 재판의 지지부진함, 그리고 계엄 무효화를 가로막던 법적 장치들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사법부는 이미 중립성의 신뢰를 스스로 허물어 왔다.
사법개혁 5대 의제는 결코 과격한 안이 아니다. 법관 탄핵 제도 강화, 전관예우 근절, 판결문 공개 확대, 국민참여재판 확대, 내란·헌정파괴 사건에 대한 특별재판부 설치. 어느 것 하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늦게 제안되었다는 비판이 가능할 정도다.
사법부가 진정으로 독립을 원한다면, 개혁의 요구를 ‘외부의 정치적 압박’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사법부의 보수화와 권력화이며, 이 구조가 깨지지 않는 한 내란을 방조하고 역사적 정의를 외면한 행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이 묻고 있다. 대법원은 국민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내란 방패막이’로 남을 것인가. 사법부가 스스로를 구하려면 개혁에 맞서 회의장을 모으는 대신, 국민 앞에 진솔한 반성과 개혁 수용의 의지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헌법을 지키는 길이며, 내란의 잿더미 속에서 겨우 지켜낸 민주주의를 온전히 살려내는 길이다.
김문교 전문위원 kmk47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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