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교 시사의창 전문위원
국회의 품격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민의 대표로서 법을 만들고 권력을 감시하는 책임감, 그리고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벌어진 장면은 그 기본조차 무너진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있어!”라고 소리친 순간, 회의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이 한마디에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이와 기득권으로 후배를 억누르는 위계 의식, 토론 대신 고성과 억지로 점수를 따려는 구태 정치 말이다.
국회는 국민의 대리인이지, 서열을 따지는 군대가 아니다. 초선이든 중진이든 똑같이 한 표의 민의를 받고 입성한 의원들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국민의 목소리를 억누르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정치를 직업으로 착각한 채,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막말과 기 싸움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민생과 개혁을 논해야 할 법사위가 고성으로 채워지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욕설과 충돌이다. 국민이 분노하고 냉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는 싸움이 아니라 해결이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길을 찾는 것이 본령이다. 그러나 오늘의 국회는 여전히 ‘서열 정치’, ‘목소리 큰 자의 정치’에 매몰되어 있다. “초선은 가만히 있어”라는 말이 던진 파문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국회가 스스로 국민 앞에 내보인 초라한 민낯이다.
국민은 기억한다. 누가 국민을 존중하고, 누가 국민을 억압했는지를. 결국 정치인은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국회가 진정한 품격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제 막말과 권위주의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김문교 전문위원 kmk47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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