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에서 이전에 자신의 인생이 어땠는지, 이름이 무엇이었고 몇 살이었는지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뇌리를 번개처럼 스쳐 간 기억들이 종종 노스탤지어의 극렬히 고통스럽고 강렬한 불꽃으로 아이를 덮치기도 했으나, 아이가 붙잡기도 전에 흩어졌다. -본문 중에서-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지음 ㅣ 백승남 번역 ㅣ 은행나무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독재 체제에 시와 음악과 소설로 저항한 ‘80년대 세대’ 작가로서 루마니아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정립한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의 단편집 《멜랑콜리아》(Melancolia, 2019)가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4권으로 출간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와 함께 오늘날 루마니아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는 커르터레스쿠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불안한 강렬함의 환상적인 리얼리즘. 평행우주, 도플갱어, 다차원적 반영으로 가득한 미로 같은 서사 구조. 융, 볼라뇨, 데이비드 린치의 혼합”(귄터 카인들스토퍼, 〈WDR5〉)이라는 찬사를 받은 소설집 《멜랑콜리아》는 단편 〈다리〉 〈여우〉 〈껍데기〉로 이루어진 연작 〈멜랑콜리아〉를 짧은 단편 프롤로그 〈춤〉과 에필로그 〈감옥〉이 둘러싸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작가의 주요 테마와 문체를 응축한 “진정한 커르터레스쿠적 작품집”으로서 작가의 문학적 완숙미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전에 출판한 단편들을 새롭게 엮어낸 이 선집을 통해 유년 시절의 상실감, 기억,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 시간의 흐름, 남성성과 여성성 등을 탐구하며 독특하고 몽환적인 서사를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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