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광주 고려인마을에는 전쟁과 이주, 새로운 희망이 교차하는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가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3세 다닐첸코 알렉시나(39) 씨의 삶이 바로 그것이다.

27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알렉시나 씨의 부모는 1937년 스탈린 정권의 강제이주로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황무지로 내몰린 고려인의 후손이다. 세월이 흘러 부모들은 1950년대 우크라이나 농촌 계절농사 ‘고본질’을 다니다 비옥한 땅 폴타바 주 서남부 드니프로 강변에 위치한 크레멘추크 정착했다.

이로 인해 그곳 크레멘추크는 알렉시나 씨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되었다. 19세에 결혼한 알렉시나 씨는 성실한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소박하지만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갔다.

*광주 고려인마을에는 전쟁과 이주, 새로운 희망이 교차하는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가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3세 다닐첸코 알렉시나(39) 씨의 삶이 바로 그것이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그러나 2021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하루아침에 삶이 무너졌다. 전쟁 속에서 남편을 잃었고, 두 아이와 함께 폴란드 난민센터로 피신해야 했다. 고향도, 가장도 잃은 그녀에게 남은 것은 불확실한 미래뿐이었다.

그때 광주 고려인마을이 전쟁 난민 고려인들에게 항공권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렉시나 씨는 도움을 요청했고, 신조야 대표의 손길로 2021년 7월 아이 둘을 데리고 한국에 입국했다. 고려인마을은 정착금과 원룸 보증금, 임대료 3개월분을 지원하며 새로운 출발을 도왔다.

하지만 정착은 쉽지 않았다. 안정된 일자리가 없어 농촌 일용직을 전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마을 지도자들은 고려인마을특화거리의 고려가족식당(운영 전지나이다)에 취업할 수 있도록 연결했다.

이제 알렉시나 씨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식당에서 성실함과 따뜻한 미소로 손님을 맞으며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정성 어린 서비스는 식당에 활기를 더하고, 고려인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알렉시나 씨는 “광주에 정착한 뒤 생활이 안정되고 아이들도 잘 적응하고 있다”며 “도움을 받은 만큼, 고려인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정성껏 맞이하는 것이 제 작은 의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렉시나 씨의 삶은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이 공동체의 따뜻한 품 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희망을 일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한 정착지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희망의 공동체임을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 또한 “전쟁 난민으로 고향을 잃은 동포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 마을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안정적 정착과 자립을 위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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