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모두의정원 해뜰마루 칠그린 메인포스터(부안군 제공)
[시사의창=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이 여름의 끝자락을 강렬하게 장식할 실험적 축제를 내놨다. 부안군문화재단(이사장 권익현)이 오는 8월 29일과 30일 양일간 해뜰마루 지방정원에서 개최하는 ‘칠그린(CHILL GREEN)’은 기존의 시끄럽고 무분별한 축제 방식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핵심은 바로 ‘무소음’. 참가자 전원은 무선 헤드폰을 착용해야만 영화도 보고, 음악도 즐길 수 있다. 겉으로는 고요한 정원 속에 별빛만이 흐르지만, 각자의 귀에는 비트와 멜로디가 쏟아진다. 소음은 최소화되고 자연은 지켜지며, 인간은 문화를 즐길줄아는 바로 공존의 새로운 방식이다.
소음 대신 감각을, 방탕 대신 공존을
전통적인 여름 축제의 이미지는 뻔하다. 소란한 스피커, 과도한 쓰레기, 그리고 주민들의 민원. 그러나 부안군은 이런 구태를 거부했다. ‘칠그린’은 이름 그대로 “칠(Chill)하게, 그린(Green)하게”, 즉 편안하면서도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
MZ세대가 즐길 수 있는 ‘힙한 문화’와 지역 생태 관광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단순한 오락의 자리가 아니다. 부안군이 직접 나서 ESG 문화 플랫폼을 실험하는 ‘리빙랩(living lab)’에 가깝다.
프로그램: 힙한 문화와 생태의 결합
이번 파티의 프로그램은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니다.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부안군이 겨냥하는 ‘새로운 축제 문법’이 뚜렷하다.
한여름밤의 영화관 : 29일 저녁, 지브리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가 상영된다. 아이와 가족,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선택된 작품이다.
DJ 파티 : 30일에는 DJ 페기굿이 무대를 채운다. 무선 헤드폰을 통해 전달되는 전자음악은 정원을 소음으로 오염시키지 않는다. ‘사운드 오염 제로’라는 개념을 현실로 구현한다.
야간 정원 도슨트(미드나잇 워킹) : 양일간 21시부터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해뜰마루의 밤 생태를 직접 체험하는 자리다. 단순한 관람이 아닌, 해설과 학습을 동반한 ‘교육형 체험’으로 기획됐다.
친환경 먹거리 부스 : 개인 식기를 지참한 참가자만이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는 ‘제로 웨이스트’ 원칙을 강제하는 장치다. ‘편리함 대신 불편을 감수하라’는, 그러나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라는 메시지다.
ESG 실험 무대, 전국 지자체의 시험대
부안군문화재단 관계자는 “칠그린은 단순한 파티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며 환경을 즐기는 새로운 ESG형 파티문화를 보여주는 실험 무대”라며 “부안의 생태 관광 자원을 힙하게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최적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부안군이 단순히 행사 하나를 치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는 전국 지자체 ESG 축제의 ‘시험대’ 역할을 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내세우는 생태 관광 전략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다른 지자체가 여전히 폭죽과 대형 스피커에 기대고 있다면, 부안은 ‘무소음 파티’라는 파격을 통해 차별화에 나섰다.
지역 이미지 변신, 부안의 도전
부안은 그동안 채석장, 원전 갈등, 개발과 보존 사이의 줄타기라는 복잡한 이미지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축제는 ‘환경도시 부안’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 단순히 축제 하나로 이미지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메시지와 상징성은 분명하다.
“칠그린”은 이름처럼 가볍지만, 그 이면에 담긴 전략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연을 소모하지 않고도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실험은, 결국 부안의 미래 관광 모델을 제시하는 ‘프리뷰’라 할 만하다.
참가비 무료, 진입 장벽 낮춘 파격
이번 프로그램은 현장 접수와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무료다. 지자체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료 개방을 선택한 것은 ‘문화 접근권 보장’이라는 사회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공 축제로 만든 셈이다.
부안, 전국에 질문을 던지다
전북특별자치도 부안에서 열리는 이번 무소음 파티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축제는 반드시 소란스러워야 하는가?”, “환경을 해치면서까지 즐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전국에 던지는 도발이다.
칠그린은 공존과 지속 가능성을 향한 부안의 실험적 답변이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한국 축제 문화의 판이 바뀔 수도 있다. 그 시작이 바로 이번 주말, 부안 해뜰마루에서 열린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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