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제5회 진채선의 날 기념식 포스터(고창군 제공)
[시사의창=최진수기자] 여자는 판소리를 부를 수조차 없었던 엄혹한 조선시대, 그 금기를 정면으로 깨부수며 예술혼을 불태운 이가 있었다. 바로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이다. 그녀의 이름을 되새기며 지역민과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자리가 오는 9월 1일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심원면 진채선 생가터에서 펼쳐진다.
‘제5회 진채선의 날 기념식’은 고창군이 주최하고, 진채선 기념사업회(회장 라남근)와 진채선 선양회(회장 최혜진)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조선의 굳건한 남성 중심 문화를 거슬러 판소리 무대에 올라 국창 반열까지 올랐던 진채선의 삶을 기리고, 후대에 그의 예술혼을 전승하기 위한 자리다.
■ 금기를 뚫고, 소리로 세상을 울린 여인
진채선은 단순히 여성 최초의 판소리 명창이라는 의미를 넘어, 봉건적 질서를 깨뜨린 상징적 인물로 기록된다. 그녀의 이름은 2015년 영화 ‘도리화가’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됐다. 당시 영화에서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진채선 역을 맡아 스승 신재효(배우 류승룡 분)와의 사제 관계를 담아내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현실은, 진채선이 조선의 굳은 금기를 찢어내고 여성도 소리를 할 수 있다는 길을 스스로 열었다는 사실이다.
■ 기념식, 추모와 화합의 장
기념식은 오전 10시30분 식전 공연으로 문을 열고, 이어 11시 추모제를 통해 진채선 명창의 넋을 기린다. 2부 행사에서는 지역 판소리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진채선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이는 단순한 기념 행사를 넘어, 지역 문화 자산을 공유하고 계승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라남근 진채선 기념사업회 회장은 “진채선은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일 뿐만 아니라, 지역 예술사에서 길이 남을 인물”이라며 “여류 명창을 넘어 국창의 반열에 오른 그녀를 기리고 추모하는 자리에 많은 판소리인과 군민들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지역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진채선의 날’
이번 기념식은 단순한 추모의 차원을 넘어, 고창군이 지역문화 브랜드로 ‘진채선의 날’을 확립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은 이미 판소리와 농악 등 전통예술의 보고로 평가받아 왔다. ‘진채선의 날’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전국적, 더 나아가 세계적 판소리 문화 자원화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여성 명창이라는 점에서 진채선의 상징성은 오늘날 더욱 빛난다. 예술을 향한 의지와 사회적 억압을 극복한 정신은,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성평등·문화다양성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진채선의 삶을 기억하는 것은 곧, 오늘날의 사회적 과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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