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금융경영연구소 토스인사이트는 첫 보고서로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부상'을 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연간 거래 대금 1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하는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8월 21일까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에서 이뤄진 테더(USDT)와 서클(USDC) 거래액은 총 709억 2천6백만 달러, 원화로 약 99조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월간 거래액만 해도 6조 원을 훌쩍 넘어, 연말까지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흥미로운 점은 발행사 주가와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서클인터넷은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오히려 가속화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니어스 액트’를 통해 가상자산 친화적 정책을 내놓고, 국채 소화에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활용하는 등 제도적 수요를 만들어낸 점이 성장 동력이 됐다.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달러와 가치가 연동돼 있어 가격 변동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보다는 ‘전송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특히 국내에서는 결제 수단보다는 해외 송금과 해외 거래소 진입을 위한 환승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은행망을 거치지 않아 송금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유학생·이민자들의 송금 수요뿐 아니라, 국내 규제를 피하고 글로벌 거래소에서 직접 코인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일상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를 위한 별도의 금융상품이나 투자상품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나아가 물리적 달러가 기축통화로 남아 있는 동시에 온라인 영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이원적 체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기존 금융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이자, 비트코인보다 더 직접적으로 탈중앙화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조만간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한 거래 확대를 넘어, 이것이 금융 시장의 규제 체계와 국제 통화 질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이 ‘온라인 기축통화 시대’의 전초기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토스의 금융경영연구소인 토스인사이트가 첫 공식 보고서를 내놓으며 스테이블코인의 금융적 의미를 본격적으로 조명했다. 토스인사이트는 26일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부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3부작으로 기획된 스테이블코인 시리즈의 첫 권으로, 총론적 성격을 갖춘 기초 분석서다. 토스인사이트는 단순히 가상자산의 범주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 정책과 산업 정책을 포괄하는 문제의식 속에서 이를 새로운 과제로 바라봤다.

특히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국제적 흐름을 고려해 화폐 이론, 금융경제학, 산업조직론의 학문적 틀을 교차 적용했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정의와 주요 특징, 시장 현황과 성장 배경을 분석하는 한편, 가치사슬을 세분화해 인프라 산업, 발행·유통 산업, 응용 솔루션 산업으로 구분해 체계적으로 서술했다.

토스인사이트는 이번 보고서가 정책 당국과 금융기관이 참고할 수 있는 분석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 질서와 디지털 경제의 경계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제도 설계자와 산업 참여자 모두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홍기훈 토스인사이트 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 체계와 디지털 경제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보고서가 건설적 논의와 정책적 대응 방안을 설계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토스인사이트는 앞으로 이어질 후속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구체적인 산업 전망과 정책적 대응 과제를 심화 분석해 나갈 계획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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