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6월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4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탈당하고 미국 하와이에 머물렀다./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내란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를 예고한 가운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국무위원으로 참여했던 주요 인사들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홍 전 시장은 한 전 총리의 대통령 직무대행 시절 대선 관리 책임을 언급하며 “50여 년 관료 생활을 아름답게 끝낼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고 지적했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는 “합리적이지만 모진 사람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격”이라고 비유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오는 20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불러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검은 당시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 대통령 직무대행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 계엄령 유지 및 정치 개입과 관련해 책임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홍준표 전 시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 직무대행을 하면서 대선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관리하는 것이 관료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길이었다”고 주장하며 한 전 총리를 직격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추종 세력들이 일부 보수 언론의 부추김에 놀아나 허욕에 들떠 대통령이 되겠다는 헛된 꿈을 꾼 결과가 지금과 같은 사태를 불렀다”며 “한덕수라는 인물은 본래 사려 깊고 신중했는데, 끝까지 수분(守分)했으면 좋았을 것을 결국 나라와 보수 세력, 당까지 망치고 인생을 허망하게 마무리하는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고 꼬집었다.
홍 전 시장은 비판의 대상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확대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청장과 행안부 장관이 동반 퇴진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는데, 결국 그 말을 듣지 않고 버티다가 내란 연루로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며 “이 장관은 합리적이고 점잖은 사람이었지만, 결국 모진 사람 곁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 전 장관 개인의 성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 곁에서 책임을 함께 지게 된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시장은 또한 “하기야 초상집 상주라도 하겠다며 윤통처럼 속옷 차림으로 쇼하는 사람도 있으니 더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특검의 압수수색을 막겠다며 중앙당사 1층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중 속옷 차림으로 잠을 자는 모습이 공개된 일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전 시장의 이 같은 표현이 다소 과격하다는 평가와 동시에 “보수 진영 내부 혼란을 드러내는 상징적 발언”이라는 해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홍 전 시장의 직설적인 발언은 단순히 개인적 비판을 넘어 보수 진영 내부의 책임 공방을 다시금 가열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덕수 전 총리와 이상민 전 장관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만큼,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은 물론 향후 대선 구도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홍 전 시장이 “나라와 당을 망쳤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그 측근 그룹을 겨냥한 점은 국민의힘 내부 권력 재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평론가들은 홍 전 시장이 직접 당권 경쟁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보수 진영 내 캐스팅보트로서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홍 전 시장은 지난 29일에도 국민의힘을 향해 거듭된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책임자로 지목하며 “30년간 몸담은 정당이 사이비 종교 집단에 놀아나 꼭두각시로 전락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하루 동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 차례 글을 올려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당이 일부 종교 집단 교주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민주정당이 아니다”라며 “윤석열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당원 뜻대로 움직이던 정당이었지만, 지금은 신천지·통일교·전광훈·틀튜버에 휘둘리는 꼭두각시 정당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자신이 낙마한 원인을 특정 종교 세력의 조직적 개입에서 찾았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신천지 압수수색을 막아줬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신도 수만 명이 당원으로 가입해 윤 전 대통령을 도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홍 전 시장은 “내가 30년 봉직한 그 당이 이 지경이 되다니, 분하고 원통하다”며 “신천지에 놀아나고, 전광훈에게 놀아나고, 통일교에 놀아나고, 틀튜버에 놀아났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홍 전 시장의 비판은 단순한 감정적 토로에 그치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도 그는 “사이비 보수, 유사 종교 집단으로부터 탈출해야 야당이 산다”고 강조하며, 책임당원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홍 전 시장은 “한 지구당 평균 2000명 안 되는 당비 납부 책임당원보다, 종교 집단이 인터넷으로 침투시킨 십수만 명의 당원이 당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특정 집단의 대규모 가입이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 관련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과거 전 목사가 신도들에게 국민의힘 책임당원 가입을 선동했고, 전당대회 직후 당 지도부가 직접 찾아가 인사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미 당원 민주주의는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종교 세력의 영향력에 그치지 않고, 당 지도부가 이를 사실상 용인하거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이 경선 당시 당심과 민심 모두에서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 집단의 조직적 개입으로 윤 전 대통령이 후보가 됐고 그 결과가 현재 보수 정치의 몰락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제라도 책임당원 명부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당 혁신 없이는 회생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시장의 발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홍 전 시장 특유의 직설적 화법이 다시 폭발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특검 정국과 맞물려 보수 진영 내 갈등이 격화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홍 전 시장이 차기 당권 경쟁이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시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