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의 대표적 전통주, 서해안 복분자주 ‘선운’이 드디어 대양을 건넜다. 고창군(군수 심덕섭)은 20일, 서해안복분자주(대표 송지훈)가 뉴질랜드 수출 초도물량 1만 병(약 2만 5천 달러·한화 3천5백만 원 규모)을 선적하며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출은 단순한 물량 계약에 그치지 않는다. 뉴질랜드 현지 마트와 한인마켓을 통해 판매가 시작되며, 향후 오세아니아 전역으로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지역 농산물의 가치와 한국 전통주의 위상을 동시에 끌어올릴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대통령 하사주에서 글로벌 전통주로
‘선운’은 이미 국내에서 수차례 그 명성을 입증한 바 있다. 2003년 대통령 하사주, 2005년 APEC 공식 만찬주, 2017년 청와대 만찬 건배주로 선정되며 국가를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뉴질랜드 진출은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여 년간 다져온 브랜드의 신뢰와 품격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험대이자, K-푸드와 전통주 세계화의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선운’은 고창의 황토 토굴에서 엄선된 복분자를 발효·숙성시켜 깊은 풍미를 내는 프리미엄 술이다. 단순히 지역 특산주를 넘어, 한국 전통 양조기법과 현대적 감각이 결합된 고급 주류로서 세계적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K-전통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서해안복분자주 송지훈 대표는 “세계적으로 K-푸드와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고창 복분자주 ‘선운’이 그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포부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꿰뚫은 전략적 선언에 가깝다. K-팝, K-드라마에 이어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지금이 바로 전통주 세계화의 결정적 시점이기 때문이다.
심덕섭 고창군수 역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고창 복분자주가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은 곧 우리 지역 농산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며 “더 많은 국가에서 고창 복분자주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지원을 넘어, 지역 농업과 전통 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다.
전통주 수출, ‘틈새시장’ 아닌 ‘주류시장’ 공략해야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전통주의 해외 수출은 한인 마켓이나 특수 마니아층에 한정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한인 동포 시장에 만족할 게 아니라, 현지 소비자와 글로벌 주류 시장을 정면으로 공략해야 한다. 와인과 위스키가 장악한 세계 주류시장에서 한국 전통주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단순한 향토성 강조가 아니라 ‘품질’과 ‘브랜드 스토리’, 그리고 ‘글로벌 유통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뉴질랜드 초도물량 1만 병 수출은 상징적 출발점일 뿐이다. 진짜 승부는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지속적 수요를 창출하는 데 있다. 고창 복분자주의 깊은 맛과 역사성, 그리고 건강 이미지까지 결합한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문제는 ‘마케팅’과 ‘유통 전략’이다. 한국 전통주가 세계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현지 문화와의 접점을 찾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확실한 포지셔닝에 성공해야 한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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