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남원시가 추진한 모노레일·짚라인 관광개발사업과 관련해 408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남원 에어레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민사부(부장판사 박원철)는 14일, 금융대주단이 남원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남원시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원고 승소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남원시가 실시협약을 무효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며, 투자심사 절차 미비나 수의계약, 조건부 기부채납 등은 법령상 위법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사용·수익허가를 지연해 개장이 늦어지고 임시 개장 상태로 운영되다 협약이 해지된 것이 분쟁의 근본 원인”이라며, 손해배상액 감액 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남원시는 금융대주단 측에 408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전임 행정의 협약 구조와 민선 8기 갈등의 기원

이번 사업은 2022년 6월, 민간사업자인 남원테마파크가 어현동 관광단지 내 모노레일과 짚와이어 시설을 완공하면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 사업의 설계부터 운영 구조까지 전임 시장 재임 시기에 체결된 실시협약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협약에는 ‘시설 준공 즉시 남원시에 기부채납, 시는 사용·수익허가를 내준다’는 조항과 함께, 사업자가 조달한 은행권 대출의 원리금 손해에 대해 남원시가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시민단체 ‘남원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은 이 협약이 사실상 시가 민간 대출에 보증을 선 듯한 구조라며, 자기자본이 총사업비의 10%도 안 되는 민간사업자가 지배구조상 법적 책임 없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점을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2022년 7월 남원시청 정문 앞에서 1,000여 명의 시민 서명을 받아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사업비 적정성 ▲지주회사 설립 경위 ▲설계·시공자 선정 공정성 ▲부실시공 여부 ▲기부채납 후 부채 전환 가능성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최경식 시장의 행정 판단과 입장

민선 8기 출범 직후 최경식 시장은 해당 사업의 법적·재정적 위험성을 확인하고, 시설 개장을 중단한 뒤 자체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당시 시장은 “전임 행정이 체결한 불합리한 협약이 시민 부담으로 돌아올 소지가 크다”며, 사용·수익허가를 즉시 내줄 경우 시가 장기적으로 수백억 원의 재정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원시는 협약 조건 재검토와 안전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남원테마파크 측은 “시가 협약 이행을 거부해 수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하루 수백 명의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시설 개방을 요구했다.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이는 결국 대주단 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 결과와 향후 과제

법원은 협약 효력을 인정하고 남원시의 책임을 명확히 했지만, 시는 “이번 사태는 전임 행정이 남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남원시는 “항소심 결과를 존중하지만, 시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재정 피해를 줄일 방안을 끝까지 모색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민간개발사업 전반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사전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사업과 맺는 협약에서의 위험요소와 책임 소재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전국 지자체의 유사 사업 관리 방식에 중요한 경고가 될 전망이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