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잇따른 안전사고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동시 충격을 주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DL그룹 계열 건설사의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두 회사 주가는 급락했고, 신용등급 하락 우려까지 제기됐다. 안전 리스크가 투자심리와 기업 신뢰를 동시에 흔들며 시장 불안 요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11일 오전 11시 45분, 코스피시장에서 DL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46% 하락한 3만9,350원을 기록했다. DL이앤씨 역시 11%대 급락세를 보였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같은 시각 3.72% 오른 30만6,500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28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 직전 주가(32만3,000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4% 이상 낮은 수준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올 들어 30만원선이 무너진 적도 있었으며, 그 배경에는 계열사 포스코이앤씨의 연이은 현장 사망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사고 중 하나는 DL이앤씨 자회사인 DL건설이 시공 중인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발생했다. 지난 8일 50대 근로자가 6층에서 추락방지용 그물망을 철거하던 중 떨어져 숨진 것이다. 이보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올 들어서만 노동자 4명이 사망했고, 또 다른 1명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사고가 잇따르자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이사가 지난 6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9일 긴급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신속히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산재 사망이 반복되면 공시를 통해 투자자가 외면하게 해 주가가 폭락하도록 만들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달 6일에는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제한 등 강력 제재 방안을 관계 부처에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채권시장도 불안하다. 장외 채권시장에서 포스코이앤씨 회사채 거래는 사실상 멈췄고, 매수세가 사라진 상태다. 한국신용평가는 “안전사고 통제능력에 대한 신뢰성 저하가 평판 리스크로 이어지고, 수주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히 주가 변동에 그치지 않고 기업 신용도와 자금조달 전반에 장기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단기 변동성 관리와 함께 근본적인 안전관리 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강력한 처벌 못지않게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주말인 9일, 모든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즉시 대통령에게 직보하도록 지시했다. 지난 4일부터 닷새간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직후 내린 첫 지시다.

강유정 대변인./연합뉴스


강 대변인에 따르면, 현재 일부 사고는 언론 보도 이후에야 대통령이 인지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보고 체계를 상시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라는 방침이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산재 사고 관련 지시를 긴급히 전달했으며, 노동부에는 산재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사후 조치 현황과 향후 대책을 오는 12일 국무회의에 보고하도록 주문했다.

강 대변인은 “이 두 가지 조치는 산재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세계 10위 경제 강국의 위상을 노동자의 안전으로 증명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휴가 직전인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작업 현장에서의 반복적인 산재 사망 사고를 거론하며 “아주 심하게 말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당시 그는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하는 기업에 대해 “관련 내용을 여러 차례 공시해 투자자가 외면하도록 하면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러나 휴가 기간이던 지난 4일에도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또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에 휴가지에서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즉시 건설 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사고 보고 절차 개선에 그치지 않고, 건설업계 전반의 안전 관리 체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재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뿐 아니라 안전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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