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군 지역사회에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삼남제약(주) 김호택 회장은 인터뷰에서 금산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 저에게 금산은 ‘아버지 고향’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서울 유학을 떠났기에 방학 때 부모님과 친척들 인사드리러 오는 곳이었지요. 소아과 의사로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나니 아버님이 ‘다 배웠으면 내려오라’고 하셨습니다. 많은 고심을 했고,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작고하신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서울에 남았다면 얻을 수 없었던 수많은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고장이 금산이라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되었지요.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할 수 있고, 5분만 차 타고 나가면 강과 산과 들이 펼쳐져 있고, 안부를 묻고 어려운 일 있으면 서로 걱정해 주는 많은 친구들이 있지요. 서울 사는 친구들이 가끔 찾아오면 저 사는 모습이 부럽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제 부친께서 귀향을 권유하실 때 제가 ‘저도 이제 소아과 의사로 이름을 내밀 정도는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개업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리자 ‘네가 서울 전체를 대표하는 의사인가? 결국 서울 한 동네 의사일 뿐이지 않는가?’ 라고 하신 말씀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친 故김순기 회장의 유품이 간직된 박물관에서 아버님의 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홍택 회장


[시사의창 2025년 8월호=정용일 기자] 이번 금산군 취재 과정에서 지역 기업인, 상공인, 군민, 출향인들 할 것 없이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삼남제약은 우리 금산군 지역사회에서 맏형 같은 존재죠. 선대 회장님과 현 김호택 회장님은 정말 존경받을 만한 경영인이며, 존중받을 자격이 충분한 기업입니다.”
금산읍에 위치한 사옥에서 만난 김호택 회장은 그저 옆집 아저씨와 같은 수수하고 선한 인상이었다.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아준 김 회장과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삼남제약은 창업주 故김순기 회장이 일본 동경약학전문학교 졸업 후 조선 산쿄 제약 개발부에서 실무를 익힌 다음 6·25 전쟁 와중에 고향 금산에서 약국을 개설하면서 위장약 게루삼을 직접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설립된 회사다.
故김순기 회장은 일본 유학으로 시작해서 수많은 외국의 제약기업과 학계 및 연구기관과 연계를 맺었지만 당신의 고향 금산에 괜찮은 기업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평생 지켰다. 그 신념이 지금의 삼남제약을 있게 한 것.
김 회장은 이와 관련해 “그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는 당연히 금산과 함께 이어나가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인구가 줄어들고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는 지역 주민들과 교감이 좋고, 주민들이 아끼고 사랑해주고 계신 덕분에 이런 어려움을 이겨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74년이 되었으며, 국민 건강에 꼭 필요한 의약품을 최고의 품질로 생산, 공급한다는 정신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주로 해열제, 위장약, 지사제 등의 필수 의약품을 위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주력 제품인 <마그밀>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제품이다.
인터뷰에서 “오랜 세월 부침이 있었지만 호시우보(虎視牛步)의 마음으로 조금씩 발전해 나가려 한다”고 말한 김 회장은 기업의 경쟁력에 대해 “장구한 업력과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품질 관리를 통한 우수한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직원들 간의 화합이 좋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금산군 지역사회에서 삼남제약을 바라보는 그 따뜻한 시선은 금산군이라는 지역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한 마디로 지역사회와 삼남제약의 상생은 떼려야 뗄 수 없이 굳건하게 맺어진 공동운명체처럼 보이기도 했다.
김 회장 역시 기자의 생각과 같아 보였다. 그는 “창업주 김순기 회장의 정신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 발전 없는 삼남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기에 어찌 보면 금산 지역과 삼남제약은 한 배를 탄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고 저희는 믿는다”고 부연했다.
또 “최근에 ‘본사를 우리 지역으로 옮기면 많은 지원을 해 주겠다’는 지자체들이 있었고, 현실적으로 많은 고민도 했지만 결국 고향 금산과 함께 가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등 금산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김 회장은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사옥 꼭대기 층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곳은 선친 김순기 회장의 다양한 유품들과 가족의 추억이 보관된 작은 박물관이었다. 그곳에서 삼남제약과 김순기 회장의 지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참 소중한 공간이었다.
지역사회와 함께 따뜻한 동행을 이어가고 있는 삼남제약(주)에 박수를 보내며,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참 좋은 기업의 수장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김호택 회장에게도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삼남제약(주) 김호택 회장


Interview 삼남제약(주)-김호택 회장
Q. 금산군에서 기업하기 좋은 점은 무엇이며, 지자체제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금산은 오랫동안 인삼의 종주지로서 재배지와 집산지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고장입니다. 경부선 철도와 경부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영남과 호남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따라서 지역민들이 외지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교류와 소통을 통해 상생하고자 하는 마음들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지에서 찾아와 금산에서 기업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고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가 열리면서 교통 인프라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금산은 대전보다 더 넓고 서울보다는 조금 작은 면적을 갖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동안 금산을 먹여 살려온 인삼과 약초 산업이 이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 큰 그림을 그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물론 인삼의 과학화와 선진화를 통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먼저 발전시켜야 할 선결 과제이지만 넓은 부지를 이용한 대규모 산업단지를 개발할 수 있는 의지와 아이디어,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실천할 수 있는 정책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대전광역시와의 행정구역 통합입니다. 혹시 개인에게는 경제적으로 이익이 없을지라도 금산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마음을 갖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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