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도시》는 상실한 공존의 감각을 회복하고 다시금 모여 사는 연대의 이득과 기쁨을 누리고자 갈망하는 이들을 위해 쓰여졌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과에 매료된 이 시기에 어쩌면 더욱 중요하다. 인간이 왜 도시를 만들어 함께 모여 살기로 마음먹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술 문명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 잊어버리기 쉬운 가치들이다. 저자는 모여 사는 방식을 혁신하는 것과 기술 문명의 발전을 결합하는 것이 진정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길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야마모토 리켄 (건축가, 2024 프리츠커상 수상자)-
[시사의창=편집부] ‘케이 컬처(K-Culture)’의 요람, 서울! 유럽과 미국, 서아시아와 동남아에서 몰려든 청년 순례자들이 열광한다. 하지만 그들을 사로잡은 서울의 눈부신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문명의 도시를 일구었지만, 어쩐지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든다.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수십 년간 밀어붙이다가 이제는 '효율성의 배반'이라는 철퇴를 맞고 있는 듯하다. 끝 모르고 내달릴 것 같던 압축성장의 드라이브가 이제 멈추어 선 것 같다.
운명공동체라는 공존의 감각은 상실한 채, 콧바람에도 흩어지는 인디카 품종의 메마른 쌀알처럼 찰기 없이 각자도생하며 흩어져 살고 있다. 1930년대 동경의 긴자를 거닐던 이상이 되뇌었던 것처럼, 문명의 도시를 만들어가는 도정에서 우리는 어느덧 지향점이 되어 줄 별을 잃어버리고 무작정 달려온 것은 아닐까? 저자의 말처럼 우울해만 할 일이 아니다. 잃어버린 지향점을 재발견하고 궁극의 효율성을 향한 진보를 다시 꿈꿀 때다.
저자는 그 잃어버린 별이 ‘정의’라고 말한다. 정의라는 별을 다시 따라가 보며 풀어간 모여 살기와 공존의 감각을 일깨우는 이야기 스무 편을 선사한다. 오랜 기간 숙고한 학문적 통찰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지만 딱딱한 글쓰기가 아니다. 간결한 언어로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순식간에 끌어들인다. 건축학을 넘어 철학,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 사회학을 버무리는 다채로운 지식의 콜라주다. 시종일관 치밀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까마득히 잊고 있던 정의라는 가치가 도시의 근본적 토대로 부활한다.
야마모토 리켄의 추천사처럼, 《정의와 도시》는 ‘상실한 공존의 감각을 회복하고 모여 사는 연대의 이득과 기쁨을 누리고 갈망하는 이들을 위해’ 쓰여졌다. 이 책은 우리가 만들어 온 도시를 되돌아보고, 오래도록 지속하는 행복한 공존을 구현하는 원리인 ‘정의’라는 별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 아울러 우리가 삶에서 망각하고 지낸 것이 무엇인지, 타인과의 공존이 왜 중요한지를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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