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 김성민 발행인


전직 대통령이 다시 피의자의 신분으로 돌아온 현실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반복된 비극을 상기시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특검의 소환 요구에 반복적으로 불응하면서 국민적 공분과 냉소를 자아내고 있다. 한때 정의와 공정의 상징처럼 언급되던 인물이 법의 부름 앞에서 침묵을 택하는 모습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이 장면은 단지 한 개인의 불응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의 구조적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

문홍주 특검보는 7월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이 2차 소환마저 불응한다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은 설명조차 없이 두 차례 연속 소환을 거부했다. 이는 단순한 불출석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위치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같은 무응답은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된다. 자신이 검사 시절 보여주었던 태도와 지금의 행보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돌이켜보면,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살아있는 권력에도 성역 없다’는 기치를 내세우며 전 정권 인사들을 수사했다. 그는 국정원, 청와대, 조국 전 장관 등 권력기관에 칼끝을 겨누며 검찰권의 독립성과 국민적 신뢰를 끌어올렸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겨눴던 그 칼을 스스로 피해 다니는 형국이다. "모든 수사는 법과 원칙대로"라는 구호는, 정작 자신의 차례가 오자 허공에 흩어지는 빈 구호로 남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단순한 개인적 선택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여전히 자신을 따르는 정치 세력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하고, 그들의 도덕적 기준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상징적 권력이다. 그리고 지금 그 상징은 국민 앞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법적 절차를 무시하는 전직 대통령의 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다. 특히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권력의 정점이자, 그만큼 무거운 책임의 상징이기도 하다. 존 F. 케네디는 “지도자는 대중의 신뢰를 가장 큰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뢰를 저버린 지도자는 결코 지도자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되고,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갔던 경험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권력 책임과 도덕적 기준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역시 ‘법 앞의 평등’이라는 대명제를 위한 진통이었다. 그리고 이제 또다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대통령이란 직위는 책임을 면제하는 방패인가, 아니면 그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는 자리인가?”

윤 전 대통령의 반복된 소환 불응은 단지 수사 회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권력자의 태도에 국민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또 한국 사회가 권력의 책임을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와, 대통령조차 예외일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권력자에게 보내는 가장 정직한 메시지이자,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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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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