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연극 도시 거창이 또 한 명의 기대주를 탄생시켰다. 주인공은 바로 배우 최혁(25세). 185cm의 훤칠한 키와 74kg의 균형 잡힌 체격,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지닌 그는 단순히 외모에 머무르지 않는 다채로운 재능으로 연극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배우 최혁


어린 시절부터 영어 프리토킹, 태권도, 승마, 펜싱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최혁은 중·고등학교 시절 학생회장을 맡을 만큼 리더십 또한 탁월했다. 연기력 역시 조기 교육을 받은 배우들에 뒤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의 동극을 시작으로, 중·고등학교 연극반 활동과 고교 시절에는 <흥부전>의 이야기꾼 역할을 맡으며 무대 존재감을 키워왔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이후, 지역 친구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연극 서클을 조직해 김상열 작 <길>을 직접 연출하고 수양대군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등 배우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했다. <길>은 전문 연극인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으며 최혁에게 연극에 대한 확신을 안겨주었고,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극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건국대학교 연극영화과로 재입학한 그는, 단연 주목받는 재원으로 떠올랐다.

그의 잠재력은 이미 무대에서 입증되기도 했다. 동덕여자대학교의 연극학과에서 체홉의 <갈매기>를 올릴 때, 여자대학교 특성상 남자 주인공 '뜨리고린' 역으로 특별 출연을 요청받은 최혁은, 프로 배우에 버금가는 연기를 펼쳐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3분간 이어진 기립박수에 이어, 팬 여대생들이 그의 자켓과 러닝셔츠를 벗기고 가져가버리는 웃지 못할 일화도 전해진다.

연극 작품으로는 <배소고지 이야기>, <갈매기> 등이 있으며, 영화 분야에서도 <평범한 병>, <귀향>, <호수와 까치>, <벗>, <거자필반> 등 다수의 독립영화에 참여하며 연기력을 갈고닦고 있다.

최혁의 배우 DNA는 아버지 최민식 극단입체 대표에게서 비롯됐다. 최민식 대표는 고교 시절 전설적 희곡 <방횡하는 별들>에서 아버지 역을 맡으며 지역 연극계의 스타로 떠올랐고, 그의 흔적은 최혁에게 그대로 스며들었다. 여기에 잘 알려진 영화배우 최리가 누나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 가족은 거창에서 유일하게 온 가족이 연극·영화 활동을 이어가는 예술가 집안이다.

최혁의 지도 교수였던 이종일 연출가는 “글로벌 감각과 지성, 뜨거운 감성이 균형 있게 결합된 배우”라며 “대학 졸업 후 본격적인 연극 활동에서 큰 결실을 맺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는 배우란 직업이 작품을 단순히 해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불어넣는 창조의 작업임을 강조하며, 최혁을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평했다.

최혁의 합류를 기다리고 있는 극단입체는 그를 차세대 주자로 낙점하고 있다. 연출, 연기, 외모, 지성, 감성까지 두루 갖춘 그는 "청출어람(靑出於藍)", 곧 아버지를 능가하는 배우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 진정한 연극인은 무엇보다 ‘인간’을 알아야 한다는 말처럼, 최혁은 연기 그 자체와 나란히 성장하고 있다.

거창연극의 미래, 이제 최혁에게서 시작된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