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부안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바다의 향기’, IFS FOOD 인증 획득(부안군 제공)


글로벌 품질을 향한 도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새 역사

[시사의창 = 최진수 기자]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이 위탁 운영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바다의 향기’가 세계 3대 식품안전 인증 중 하나로 꼽히는 IFS FOOD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 식품업체 중 단 세 번째로 이 인증을 획득한 이번 사례는, 단순한 인증 취득 그 이상이다. 바로 장애인 고용 기반 사회적경제 조직이 글로벌 식품안전 기준을 만족시킨, 전례 없는 성과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바다의 향기’는 이번에 CJ씨푸드의 프리미엄 브랜드 ‘비비고’ 김밥김 생산 전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로 공식 선정되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품질, 생산역량, 경영 비전, ESG 실천 등 모든 영역에서 대기업의 깐깐한 기준을 통과한 결과다.

이 두 가지 성과는 장애인복지시설이라는 한계를 넘어, 장애인 직업재활의 지속 가능성과 전문성, 나아가 글로벌 식품 유통시장으로의 본격 진출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

CJ씨푸드, 장애인시설에 품질·안정성 인정…김밥김 전담생산 ‘신뢰의 계약’

CJ씨푸드는 이번 협력에서 단순한 하청 계약이 아닌,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 차원에서 ‘바다의 향기’를 선택했다. 바다의 향기가 보유한 생산 공정의 체계화, 위생관리 수준, ESG 기반 장애인 고용 비전 등은 CJ씨푸드의 내부 검토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바다의 향기’는 현재 전체 생산량의 약 80%를 삼해상사, CJ씨푸드 등 대기업 OEM 주문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향후 이 비중을 확대해 자립형 모델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씨푸드의 ‘비비고’ 김밥김은 내수 시장은 물론 수출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철저한 위생 및 품질 기준이 요구된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바다의 향기는 지난 2년간 끊임없는 생산환경 개선 및 인프라 고도화 작업에 집중했다.

IFS FOOD 인증, 국내 단 3번째…장애인시설 최초 수준의 쾌거

IFS(International Featured Standards) FOOD 인증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연합 전역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식품안전 인증으로, 까다로운 현장 심사와 연속적인 품질 유지 조건이 포함된다. 일반 중소기업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이 인증을 바다의 향기가 획득했다는 점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도 글로벌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전례 없는 사례로 기록된다.

이러한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부안군은 기존의 소규모 HACCP에서 일반 HACCP 체계로의 전환을 지원하며, 생산품질 전담 인력 배치를 포함해 시설 현대화, 공정 재설계, 위생관리 고도화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뒷받침을 지속해왔다.

‘바다의 향기’ 역시 전북특별자치도 경제통상진흥원이 추진한 ‘소기업 혁신역량 강화사업’의 공정개선 부문에 참여해, 비전시스템, 스마트 리젝터 시스템 등 고기능 자동화 설비를 도입함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제품 신뢰도 향상과 인적 에러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고용 그 이상"…장애인 자립 기반 조성과 사회적경제의 본보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장애인의 자립 기반 마련과 사회 참여의 시작점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이번 성과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

‘바다의 향기’는 현재 사회복지사 12명, 장애인근로자 32명 등 총 44명이 함께 일하고 있는 시설이다. 2011년 설립 이후 15년간 자립형 장애인 일자리 모델을 모색해왔으며, 2024년 기준 약 11억 3,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13억 9,500만원의 매출 목표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경제 조직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사례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바다의 향기’가 장애인의 고용안정과 자립기반 마련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부안군은 장애인을 위한 지속 가능한 참여형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지속 가능한 복지·경제 모델…‘바다의 향기’가 그 시작점

‘바다의 향기’가 이룬 성과는 부안만의 일이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지향하는 복지와 경제의 통합적 모델, 그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는 출발점이다.

시설장 조상완 씨는 “이번 ‘비비고’ 김밥김 생산 계약은 단순한 OEM 계약이 아닌, 장애인직업재활시설도 글로벌 품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상징”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을 통해 장애인의 일자리 확대와 자립 기반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 작업장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부안군 제공)


이제는 ‘수혜자’가 아닌 ‘생산 주체’로

‘바다의 향기’의 여정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과거 복지의 대상이었던 장애인들이 이제는 사회경제의 주체로서 자신들의 몫을 당당히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이번 IFS 인증과 OEM 계약이 갖는 진정한 의미다.

사회복지의 패러다임은 이제 ‘보호’에서 ‘기회’로 전환되고 있다. 부안군과 전북특별자치도, 그리고 바다의 향기는 그 흐름을 이끄는 선두에 서 있다.

장애인의 고용 안정, 품질 경쟁력 확보, 글로벌 시장 진출.
‘바다의 향기’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길 위에, 우리 사회가 함께 서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시사의 창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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