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오찬 자리를 갖고 있다./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보수 성향의 원로 언론인 조갑제·정규재 대표와 만나 국민 통합과 국정 운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만남이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은 두 언론인과 2시간가량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오찬을 나누며 덕담과 정책 조언을 주고받았다”며 “대통령은 두 원로 언론인의 참여와 지혜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국민 통합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조갑제 대표는 이 대통령의 이름 가운데 ‘명(明)’ 자를 언급하며 “밝게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소설가 이병주의 글귀를 인용했다. 그는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문장을 소개하며 대통령의 역사적 역할을 응원했다.

조 대표는 또한 “국민의 지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초등 교육 단계에서의 한자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규재 대표는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상속·증여 시 세금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 대표는 지방자치단체를 성과에 따라 평가하고, 잘하는 곳에는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방에서도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두 언론인은 군 제도 개혁과 관련한 의견도 제시했다. 조갑제 대표는 “군대의 ‘대(隊)’를 ‘대학(大學)’의 ‘대’로 바꾸자”며 군 복무를 일종의 교육 기회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고, 정규재 대표도 “입대자를 첨단 기술 인재로 육성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우리 군을 스마트강군으로 키워나가겠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번 만남은 이 대통령의 직접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규연 수석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두 대표를 만났고, 선거가 끝난 뒤 다시 보자는 약속이 있었다”며 “이번 오찬은 그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규재 대표가 과거 방송에서 한국은행 총재를 공개 비판한 것과 관련해 관련 언급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 수석은 “특정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역사와 국제관계 등 수준 높은 대화가 오갔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주제에 따라 흘러가는 자유로운 환담 형식이었으며, 세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대통령은 앞으로 언론인들과의 접촉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보도국장, 편집국장 등과의 간담회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SNS 등 디지털 소통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라며 “플랫폼을 다양화해 국민과의 소통 채널을 넓히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전 월간조선 편집장)./연합뉴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찐보수로 통하는 조갑제 대표의 친 이재명 행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조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리며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시사했다. 오랜 시간 보수 우파 논객으로 활동해온 조 대표가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실용과 안보 중심의 국정 철학에 공감한다”고 밝힌 것이다.

11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조 대표는 대통령의 실용적 국정 운영 방식에 주목했다. 그는 “지금의 대통령은 진보 정부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이념보다 국가의 현실과 실익을 앞세우는 국정 철학은 보수 진영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민 통합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실천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 논객들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좌파의 탈을 쓴 실용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조 대표도 “현 정부의 정책 스타일은 이념보다 국익에 집중돼 있다”며 “기존 진보 정권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념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느꼈고, 이런 지도자라면 나 역시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대표의 이러한 입장 변화가 보수 진영 내 이념 균열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용 중심 국정 운영에 공감하는 보수 유권자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고, 이는 향후 보수 정치의 방향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이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이념적 정체성보다 실용과 책임감 있는 국정운영에 주목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국익을 위해 일하는 지도자를 평가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입장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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