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그런 말을 하면 위험하지 않아?”

걱정스럽게 물었더니 투르크가 “흥!”하고 거칠게 콧방귀를 뀌더니 열변을 토했다. “오스만은 투루판에서 최고급 교육을 받은 인재야. 그런데 그런 인재에게 중국 정부는 농사지을 걸 권하지. 이게 말이 되나? 신장의 위구르인들에겐 인권이란 게 없어. 좋은 직업은 다 한족들 차지지. 위구르족에게는 아예 기회 자체가 없어. 그래서 이곳의 위구르족 대부분은 겨우 벌어 먹고 사는 형편이야. 도대체 이 땅이 누구의 땅이지? (중략) 하여간 한족들은 다 나쁜 놈들이야!” -

- 본문 중

글 사진 김구용 지음 | 행복우물 펴냄

[시사의창=서병철 기자]

◈ 오지의 경계에서 만난, 진짜 중국의 얼굴

『중국 기행: 변경의 사람들』은 중국의 유명 관광지가 아닌,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시장 티베트 자치구 오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과 풍경을 담았다. 변경의 소수민족, 세계 각지에서 온 이방인과의 만남을 통해, 중국 내부의 불균형과 변화, 혼란과 정, 그리고 사소하지만 강렬한 감정의 파편들이 고스란히 기록된다.

저자는 “중국인은... 한국인은...”이라는 일반화를 거부하며, 각자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과 눈을 맞춘다. 낯선 곳에서 받은 친절과 오해, 환대와 배척, 고산지대에서의 고통과 장엄한 설산 풍경까지. 이 책은 거대한 중국을 한눈에 조망하기보다는, 발로 걸으며 피부로 느낀 중국의 ‘경계’에서 묻는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은 누구인가?”

현재의 시점과 20년 전의 시점을 교차하며 써 내려간 이 여행기는, 단순한 유랑기가 아닌 시대의 기록이자, 우리가 잘 모르는 중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대도시가 아닌 변경(邊境)의 사람들을 찾아 나선 기록을 통해, 독자들은 작가의 여정에서 물결처럼 녹아있는 ‘진짜 중국’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 여전히 낯선 중국의 변경

신장 위구르 자치구, 시장 티베트 자치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한 소수민족 독립 운동으로 외국인의 출입이 제한됐던 지역이다. 신장 지역은 현재 외국인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지만, 시장 지역은 중국 정부의 출입 허가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저자가 이 지역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명목상 출입 제한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지켜지지는 않던 시기였다. 그 덕분에 저자는 100일 가까이 지역을 돌아보며 풍경과 사람 사는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이제는 고도로 발달한 중국 도시와 여행 명소의 풍광은 각종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주류와는 다른 역사, 문화적 배경을 가진 신장, 시장 지역은 여전히 낯설다. 고도성장 중인 화려한 중국의 현재만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거대한 대륙의 이면을 엿보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김구용

중국 문학을 전공하면서 개인적, 학술적 목적으로 중국을 수차례 여행했다.

이후 여행 신문 기자를 거쳐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며 15년간 꾸준히 여행 콘텐츠를 만들었다.

20대에 중국을 일주한 경험이 삶의 근간이 됐다.

여행은 자아를 대면하고 완성해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前) 월간 <Den> 편집장

가톨릭대학교 중어중문학 석사 <李白 遊山詩 硏究>

(유튜브): youtube.com/@kky90

(브런치): brunch.co.kr/@902

서병철기자 bcsuh@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