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검찰개혁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오는 추석 전까지 관련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제도의 틀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각계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에는 법조계·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검찰개혁 법안에 관한 의견을 청취한다./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검찰개혁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핵심 쟁점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검찰 권한의 분산, 정치적 수사의 차단, 그리고 권한 이양 이후의 새로운 기관 설계와 기능 배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동일한 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도의 골격을 추석 전까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실제 입법은 국회의 권한”이라며 개혁 추진의 무게추를 입법부에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병기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4법’ 입법화를 추진 중이다. △검찰청법 폐지 △공소청 신설 △국가수사위원회 설립 △중대범죄수사청 설치가 핵심이다. 이는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민주당은 향후 약 3개월간 공청회와 법안 심사를 거쳐 개혁입법을 완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혁안의 본질은 검찰이 독점하던 강력한 권한을 여러 기관에 분산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능을 확대해, 정치적 표적 수사나 과잉 수사를 방지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 조직 내부의 반발은 거세다. 이진동 전 대검찰청 차장은 최근 사직서를 제출하며 “수사·기소 분리는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퇴임사에서 “기본권 보호에 필수적인 검찰 기능까지 폐지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고위 간부들의 잇따른 사퇴로 조직의 동력이 약화됐고, 사기 저하도 우려된다. 수사 기능이 축소되면 경찰이 주도하게 되는 구조 속에서 오히려 수사 지연, 책임 회피 등의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드러난 부작용을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도 변경만으로는 형사사법 시스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명분을 제공한 면이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정권 초반의 동력을 활용해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수사위원회의 통제력 확보와 중대범죄수사청의 지휘 체계 정비가 관건”이라며, 실무 조직을 병행 구성해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개혁은 단기 성과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며, “제도적 완성도와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실무 현장에서의 우려도 적지 않다. 안소윤 법률사무소 수석 변호사는 “수사권이 경찰에 집중될 경우 일반 사건에서의 수사 지연, 부실 수사 가능성이 커진다”며 “재산범죄나 금융범죄에서는 경찰의 전문성 부족이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수처 기능 강화와 정치 수사 차단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궁극적으로 사법 판단은 법원이 하기에 권한 분산만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조진희 변호사도 “검찰은 고난도 금융·뇌물 사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조직”이라며, “단순히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수사 공백을 막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경찰은 강력범죄에 강하지만, 전체 형사 시스템의 균형을 위해서는 경험 있는 검사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검찰 고위 간부들의 사퇴는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검사로서의 정체성과 사명감에 대한 회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검찰의 전문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경찰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은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권력기구의 근본적 재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개혁의 속도와 깊이, 실현 방식에 따라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수사·기소권 분리를 넘어,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법체계 구축을 위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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