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성민 기자] 국민의힘이 ‘혁신’을 외치며 출범시킨 혁신위원회가 시작부터 무너졌다.
7일 출범을 공식화하자마자 위원장으로 내세운 안철수 의원이 사퇴를 선언하며, 스스로 그 판을 걷어찬 것이다. 혁신위 의결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지 불과 20분 만에 안 의원이 “날치기 혁신위”라며 등을 돌린 것은, 정치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단기 붕괴’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안 의원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메스를 들겠다", "고름을 도려내겠다"며 결기를 다졌지만, 끝내 ‘혁신위원장’ 직함은 단 하루도 유지하지 못했다. “역시 안철수는 철수한다”는 정치권의 냉소가 다시 고개를 든다.
가장 큰 원인은 혁신위원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 명단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이 배제된 상태에서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혁신위 인선을 강행했다는 점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비대위가 발표한 명단에는 안 위원장을 비롯해 최형두 의원, 호준석 대변인, 송경택 서울시의원 등 총 6명의 이름이 포함됐다. 하지만 안 의원은 그 중 일부 인선에 대해 “합의해준 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안 의원은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후보 교체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에 대해 ‘출당에 준하는 책임’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도부가 이를 거절한 것도 갈등의 핵심이었다.
지도부는 “할 일은 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위원장과 인선에 대한 최소한의 조율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혁신위를 출범시킨 셈이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 의원이 전대 출마를 선언할 줄 몰랐다”고 밝혔지만, 안 의원 측은 “이미 아침부터 불협화음이 있었다”며 진실공방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결국 이 사건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혁신보다는 ‘기득권 유지’에 더 익숙한 정당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당 안팎에서 안 의원이 추진하려 했던 ‘수도권·청년·원외 위원장 중심 인선’이 묵살된 배경 역시, 국민의힘이 혁신보다는 구태와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사태는 단지 한 사람의 사퇴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여전히 당내 주류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혁신을 주장하는 인물은 번번이 ‘이질적인 존재’로 낙인찍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혁신은 한 발짝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 걸음조차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란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말은 이 당 앞에서는 무색해진다. 혁신의 외피를 썼지만 그 안은 여전히 이권과 계파 싸움으로 얼룩진 국민의힘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보다 상대의 발을 잡아당기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바라는 '혁신 대표'의 자리가 진정한 쇄신이 아닌, 또 다른 권력의 대리전이 되고 있다면, 이 정당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지는 심각하게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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