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랄드


[시사의창 2025년 7월호=김향란 칼럼니스트] 우리는 일상 속에서 ‘색’을 마주할 때마다 그 자체의 본질적 의미를 경험하기보다는, 늘 일정 부분 ‘과장된 색’에 노출된다. 상업 광고의 번쩍이는 네온사인,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과포화된 컬러들, 화가들이 의도적으로 강렬하게 뿌려낸 컬러의 잔해들은 인간의 감각을 극단으로 몰아붙이곤 하는 듯하다.
과장은 언어의 영역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시각예술에서는 하나의 조형 언어로 표현되곤 한다. 예컨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회화에서는 실제 자연의 색보다 더욱 순수화되고 분절된 색면이 등장하는데, 딱딱한 현실에서 컬러를 떼어내어 해방시킨 과장된 색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진짜 풍경’을 넘어선 감각적 충격과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과장된 색’은 현실에서 억압된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장치로 작용하며, 우리의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 같다. 컬러를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감정과 사유를 직접 전달하는 ‘언어 행위’로 승화시키고 컬러를 하나의 문장처럼 배열한다. 때문에 관람자는 마티스의 작품을 통해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주목하기에 이른다.
광고에서는 어떤가? 산업은 색의 과장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왔다. 화장품 CM에는 아직 맛도 보지 못한 립스틱의 ‘극강 발색’을 강조하기 위해 RGB 값을 조작한 이미지가 넘쳐난다. 패스트푸드 체인의 로고에서 빨강과 노랑은 식욕과 속도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채도가 높다. 이러한 과장은 소비자의 뇌에 ‘강렬하게 기억되는 색상’을 각인시키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동시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실제 제품의 컬러’와 ‘광고 속 컬러’를 혼동하게 된다. 시각적 임팩트를 주는 것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때문에 컬러는 브랜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마켓에서 소비자에게 브랜드 연상성에 대해서 조사한 사례를 보더라도 컬러로 인한 연상효과는 시각정보가 93%를 차지하고 그중 85%가 컬러로 인한 효과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비자의 무의식적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컬러를 인위적으로 과장하며, 디지털 보정 기술, 조명 장비, 포장 디자인 등 다각적 수단을 동원한다. 과장된 색은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감각의 방패’로 기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생로랑


과장된 컬러는 단순히 ‘눈길을 끄는’ 시각적 기술뿐만 아니라, 외부의 불필요한 자극을 차단하고, 브랜드 메시지와 소비자의 감성을 직결시키는 일종의 방패(sensory shield)다. 위의 이미지처럼 맥도날드의 선명한 빨강·노랑 조합은 현실의 햄버거 패키지나 매장보다 더욱 ‘완벽한 패스트푸드의 상징’을 보여 준다. 소비자는 이 컬러를 통해 잡다한 외부 정보에서 벗어나 ‘빠르고 맛있는 이상형’을 곧장 경험하게 된다. 두 번째로, YSL 립스틱 광고에서 디지털로 부스팅된 분홍·자주 톤은 단순한 컬러 이상의 ‘아름다움의 직관적 형식’을 제공한다. 이러한 컬러 방패가 소비자의 감각을 선험적으로 재편성해, 제품을 ‘아름다움의 현상’으로 즉시 인지하게 만든다.
과장된 색채는 그 자체로 감각의 방패다. 과장된 색이 단순한 시각적 자극을 넘어 소비자의 인식·감정·행동을 구축하는 복합적 장치임을 이해할 수 있다. 광고 산업에서 컬러의 과장은 외부 잡음을 차단하고, 브랜드가 설계한 ‘감각의 방패’를 통해 소비자를 이상적 경험의 장으로 이끄는 정교한 철학적 전략인 셈이다. 결국 ‘과장’이란 단순한 과잉 표현을 넘어, 인간 내면에 감춰진 근원적 욕망의 투영이 컬러라는 매체를 통해 해소되는 것이다. 우리는 과장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바람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이상화된 자아를 구현하려는 열망, 혹은 불완전함을 가리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마티스가 컷아웃에서 색채를 과감하게 확장하듯, 우리의 언어와 행동 속 과장은 내면의 결핍과 갈망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일종의 ‘심리적 캔버스’인 셈이기 때문이다.
문화연구 분야의 선구자이자, 미디어 문화이론가인 스튜어트 홀(Stuart Hall, 1932–2014)의 수용이론이 지적하듯, 수용자의 해석 또한 과장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재구성한다. 우리는 과장을 듣고, 그것이 담고 있는 욕망의 결핍과 이상을 읽어내면서 스스로의 욕망과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과장은 단지 과잉된 수사나 허황된 자랑이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내면의 진짜 목소리를 표출하고, 동시에 그 욕망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확인·검증받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것이다. 때문에 이는 인간 욕망의 은유적 언어이며, 우리의 일상과 예술, 철학을 관통하는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결국 과장은 ‘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거울이자, 더 충만한 존재를 향한 도약의 발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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