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주제, 분야와 상관없이 평소 불합리하다 느꼈던 것, 궁금했던 것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들도 참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시사의창’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본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과 알아두면 좋은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와 문의를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취재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각 유명 도시 및 관광지에서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정작 지역민들은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고통받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이 나타나는 등 ‘오버투어리즘’에 대해 취재해 보았습니다. 분명 관광도 중요하지만,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삶의 질도 보장해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해결 방안이 중요해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북촌 한옥마을’입니다. 이곳에선 지금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연합뉴스


[시사의창 2025년 7월호=정용일 기자] 한국의 주요 관광지들이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특정 지역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관광객이 몰려 지역 사회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뜻한다. 한국에서도 제주도, 북촌한옥마을, 감천문화마을 등 인기 관광지에서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지역 주민 수를 훨씬 뛰어넘는 인파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교통체증은 물론, 쓰레기와 하수처리 문제, 자연생태계 파괴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생활물가 상승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실질적인 삶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서울의 북촌한옥마을 역시 관광객이 몰리면서 소음, 사생활 침해 문제가 빈번하게 제기돼 왔다. 골목마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관광객들로 인해 거주민들은 집 앞에서도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되었고, 일부 주민들은 북촌을 떠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마치 이곳 주민들이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었어요”
주민의 일상이 희생되는 구조,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
‘주민 1명당 관광객은 1000명’ 북촌에 칼 빼 든 종로구
마을 주민들의 고통... 오버투어리즘에 세계 곳곳이 몸살
통금 시행 이후 민원 ‘0건’…일상이 흐르는 ‘북촌의 밤’
관광객의 천국, 주민의 지옥에서 활짝 피어난 ‘웃음꽃’
카메라 셔터 대신 들리는 바람소리에 ‘활짝 열린 대문’
천만 발자국의 무게, 북촌이 견뎌야 했던 기나긴 시간들
관광객들은 불편 호소, 상인은 매출 반토막 피해에 울분
‘통제’와 ‘공존’ 사이에서의 선택, 상인과의 갈등은 ing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역시 관광객 유입 이후 주민 수가 10년 새 40% 이상 감소했다. 외부 자본이 들어와 기념품 가게를 열고 관광수익을 독점하는 가운데, 정작 지역 주민들은 생계가 어려워지고 공동체 붕괴 위기에 처했다. 오버투어리즘이 야기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환경 파괴는 물론이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 저하, 전통문화의 상업화와 훼손, 관광수익의 불균형한 분배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단순히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관광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인기 관광지에는 관광객 수를 제한하거나 사전 예약제를 도입해 과밀화를 방지해야 한다. 단기적인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와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관광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또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역 문화와 환경을 존중하는 태도를 교육하는 캠페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볼거리를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지역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광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해당 지점에서부터 북촌한옥마을 정상까지가 메인 구간이다.


관광 인프라의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서울, 부산, 제주와 같은 인기 지역에만 관광 수요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전국 각지에 매력적인 관광지를 발굴하고 지원함으로써 관광객을 분산시켜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관광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필수적이다. 감천문화마을처럼 주민협의회를 통해 수익을 배분하거나, 지역 기반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이 직접 이익을 얻는 모델이 확대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예약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광객 흐름을 관리하고,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반의 가상 투어를 개발해 실제 방문 압박을 일부 줄이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는 현재 상황에서는 다국어로 된 실시간 안내 시스템을 구축해 관광지의 혼잡도를 사전에 알리고 대안을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오버투어리즘은 단순히 관광객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역사회와 환경을 보호하면서 관광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지자체, 지역 주민, 관광업계, 그리고 관광객 모두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한국은 ‘지속 가능한 관광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통행제한에 이어 전세버스 주정차 금지 예고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은 전통 한옥의 고즈넉한 매력과 도심 속 독특한 분위기로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아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북촌은 과잉 관광, 이른바 오버투어리즘의 대표 사례로 떠올랐다. 좁은 골목길마다 인파가 넘쳐나면서 소음, 쓰레기 무단 투기, 노상 방뇨, 불법 주차 등 다양한 생활 불편에 시달려 온 마을 주민들의 호소는 절규에 가까웠다. 북촌한옥마을 관광객 통금제한이 시행되기 전인 작년 초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한 주민은 “예전에는 조용한 동네였는데 이제는 주말마다 집 앞이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며 불편을 호소한 바 있다. 주민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에 불가능해 보였던 북촌한옥마을의 경우 실제로 북촌이 위치한 가회동의 인구는 2011년 5,555명에서 2023년 3,969명으로 약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주민들의 이탈은 북촌 공동체의 붕괴를 우려하게 만들었다.


이에 종로구는 북촌한옥마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관광객 방문시간제한 정책을 도입했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주거용 한옥 밀집 지역을 ‘레드존’으로 설정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객의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외 시간에 레드존 지역을 관광하거나 사진을 촬영할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종로구는 또한 북촌 일대를 레드존, 오렌지존, 옐로우존으로 구분하여 각각 다른 수준의 관리와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북촌 주변 전세버스 주정차 문제와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2026년 1월부터는 북촌 지역 전세버스 통행도 제한할 방침이다. 이는 지역 내 교통 혼잡 해소는 물론, 관광객들의 보행 중심 이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탄핵정국이 끝나면서 북촌한옥마을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부쩍 늘고 있다.


37년 만의 변화...주민들 ‘웃음꽃’
북촌의 바뀐 풍경, 변한 숫자들

그렇게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다. 2025년 6월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 맑은 하늘 아래 여느 때처럼 국내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확히 말하자면,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80% 이상은 돼 보였다.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좌측 건너편의 헌법재판소를 지나 15분 정도 북촌로를 따라 직진하다 보면 북촌 한옥마을에 다다른다. 가회동성당을 조금만 지나면 북촌한옥마을 뒤로 남산타워까지 함께 담아낼 수 있는 매우 유명한 사진스폿으로 가는 진입로가 나온다. 누가 보더라도 한옥마을로 진입하는 메인도로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이곳에서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진입로 주변에 모여 있는 다양한 상점들의 입구 위에 ‘북촌길 막는 종로구청장 OUT’이란 문구와 영어로 ‘Stop the Curfew’가 적혀 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근 또 다른 상점에는 ‘상생이 먼저다! 일방행정 중단하라!’는 문구와 함께 ‘통행제한 원천무효 선언’이라는 문구가 붉은색으로 굵게 적혀 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수많은 상점에 이 같은 항의성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모습을 보며 갸우뚱해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그래도 주변은 온통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한옥 담벼락 아래서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한옥마을 초입 주변의 상점에 상인들의 항의성 글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단연 마을 최 상단부이다. 이곳은 전통가옥 뒤로 빌딩숲과 남산타워를 사진에 함께 담아낼 수 있는 곳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풍경을 자랑한다. SNS를 타고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서울의 0순위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곳에선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빼곡히 들어선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도 역시 그러했다.


주변에서 중국인, 일본인, 동남아시아 관광객 및 중동, 유럽, 영어권 국가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곳에서 한국말은 아주 간혹 들릴 뿐이었다.
예전보다 단속이 한층 엄격해진 북촌한옥마을이지만, 날이 더워서 그런 건지 주민들이 살고 있는 대문 앞 계단에 앉지 말라는 안내판이 있음에도 다수의 관광객들이 버젓이 여러 집의 대문 앞 계단에 앉아 쉬거나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기자 역시 오래전부터 느꼈던 부분이지만, 내가 사는 집 앞에 하루 종일 이렇게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면, 상상만 해도 어질어질했다. 그러니 이곳 주민들의 스트레스는 오죽했을까 싶다. 그렇게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골목 사이로 낯선 풍경이 눈에 띄었다. 북촌한옥마을의 레드존 곳곳에서 만난 검은 카우보이 모자에 가죽조끼를 입은 ‘보안관’ 복장의 북촌지킴이들은 ‘주민 거주지역입니다. 소곤소곤 대화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대여섯 명이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자, 그가 다가가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니 조용히 대화해 달라”며 공손히 말을 건넨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관광객 통금 제한 시간인 오후 5시가 다가왔다. 그러자 북촌지킴이들은 관광객들에게 “오후 다섯 시 이후엔 이곳 출입이 제한됩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5시가 되자 “TIME OVER”를 외치며 관광객들에게 방문 종료를 알렸다. 삼각대를 세워 기념사진을 찍거나 기념품을 고르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유를 잘 모른 채 급히 골목을 빠져나갔고, 불과 몇 분 만에 북적이던 골목은 한산해졌다. 북촌 관리 보안관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관광객들도 주민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옥마을 초입 주변의 상점에 상인들의 항의성 글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곳곳에서 사진을 찍던 관광객들은 보안관의 안내에 따라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시계가 오후 5시를 가리키자, 북촌의 골목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매일 반복되는 이 풍경은, 종로구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한 ‘야간 통행금지’ 조치의 일환이다.


북촌한옥마을은 오랫동안 서울의 대표 관광 명소로서 골목골목 이어진 고즈넉한 한옥과 풍경 덕에 지난해만 해도 665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화려한 명성 뒤에는 이웃의 고통이 숨어 있었다. 한옥 담장을 넘어 마당을 기웃대는 관광객, 대문을 열고 안까지 들어오는 이들, 심지어 드론을 띄워 집 안을 촬영하는 사례도 있었다.


주민 류보람(43) 씨는 “예전엔 하루에도 몇 번씩 주차 문제로 전화를 하고, 밤엔 담배 연기와 술 냄새에 창문도 못 열었죠. 대문도 항상 잠가야 했어요”라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종로구는 주민 보호를 위해 야간 통행금지를 결정했다.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북촌 내 주거 지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될 수 있다. 1988년 이후 처음으로, 통행 제한이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관광객들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이해를 표했다. 한 20대 남성 관광객은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이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면 방문객들도 주민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북촌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북촌에서 여러 상인들과 얘기를 나눠 보았다. 그중 8년째 한복 대여점을 운영 중이라는 김모(46) 씨는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한다. “보통 한복은 2시간 단위로 빌려주는데, 오후 5시부터 통금이다 보니 3시부터 손님이 끊겨요. 저녁 장사를 못하니 정말 타격이 큽니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북촌을 저녁 일정에서 제외하는 가이드도 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다카하시(21) 씨는 “서울 관광 안내 홈페이지에서 통금 정보를 보고 낮 시간에 일부러 일정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변 상인들의 매출이 급격히 줄자 일부 상인들은 법원에 통금 해제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 중이다.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 B씨는 “지금의 이러한 조치는 사실상 가게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관광객 수 감소로 매출이 급감해 최근 직원 2명을 해고했고, 추가 감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년 넘게 북촌에서 상점을 운영해 온 박 씨도 "관광객을 내쫓는 것은 쉬워도, 다시 불러오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관광객 감소가 장기화될 경우 북촌 전체가 외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인들은 또 다른 걱정거리로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전세버스 통행 제한구역’ 지정 조치를 꼽고 있다. 관광버스 통행이 제한되면 단체 관광객 유입이 줄어들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촌 레드존 내 상점을 운영하는 유원식(56) 씨는 “정책 수정이나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례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6월 19일 오후 기자가 찾은 북촌로 일대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전세버스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오고 갔다. 특히 가회동성당에서 몇 블록 거리에 있는 한옥마을로 진입하는 메인 도로 길 건너편의 편의점 앞에는 전세버스 차량들이 상시 주·정차되어 있었다. 앞으로 전세버스 주정차 단속이 시작되면 단속의 핵심 구간으로 보이는 장소다. 주변 상인들의 반발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 상황이다. 이에 종로구청은 상인들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가능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시사의창에 “북촌한옥마을 주변 상인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지원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북촌한옥마을 곳곳에 걸려 있는 주민 피해 방지를 위한 안내문


북촌한옥마을은 한때 조용한 전통 주거지였지만, 급속한 관광지화로 인해 주민과 관광객, 그리고 상인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심화되고 있다. 주민들의 삶의 질 보호와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북촌한옥마을. 종로구의 이번 조치가 북촌한옥마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일임에 분명하나, 주변 상인들과의 충돌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잡음은 계속 이어지고 상인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치가 시행된 이후, 가회동 일대의 유동인구는 뚜렷하게 줄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4개월간 하루 평균 유동 인구는 약 6593명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특히 통금 시간대에는 7.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놀라운 건 주민 민원이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8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던 것에 비하면 극적인 변화다. 주민 조모(49) 씨는 통금 조치 이후 처음으로 저녁에 창문을 열었다며 방긋 웃었다.
“밤에 소란이 없어지니 ‘집 같다’는 느낌이 처음 들었어요. 층간 소음보다 더 심했던 건 골목 소음이었거든요.” 심지어 줄어들던 인구도 다시 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9년 4400여 명이던 가회동 인구는 작년 말 3800여 명까지 줄었지만, 최근 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이사 온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옥스테이와 이중 잣대 문제점도 걸림돌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또 다른 불만은 한옥을 개조한 숙박업소, 이른바 ‘한옥스테이’다. “관광객은 못 들어오는데, 투숙객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요. 심지어 단체로 밤새 떠들고 술 마시는데, 그걸 누가 제지하겠어요?”
같은 마을, 같은 시간대에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다. 종로구는 이에 대해서도 모니터링과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이탈리아, 일본처럼 관광세를 도입하고, 그 세금으로 주민 지원이나 야간 순찰을 강화할 수 있다. 통금 시간도 계절별로 탄력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로구 역시 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북촌 상점을 홍보하는 방안 등을 마련 중이다.

북촌한옥마을 벽면 곳곳에 한옥마을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구역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출입 제한과 예약제 도입, 다양한 전략
상생 모델 실험, “주민들 삶 존중받아야”

오버투어리즘은 전 세계 곳곳의 유명 관광도시에서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해외의 사례 중 가까운 일본도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정부 관광국(JNTO)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3,000만 명을 돌파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기록(3,188만 명)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 수익은 회복세를 넘어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통 관광지인 교토, 후지산, 홋카이도 등의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불만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토다. 세계문화유산과 전통거리로 유명한 이 도시는 좁은 골목과 대중교통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마을이 테마파크가 된 느낌”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후지산 일대에서는 무단 드론 촬영과 쓰레기 투기, 과도한 SNS 인증숏 관광 등으로 환경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기존의 관광 활성화 정책에서 방향을 틀어, ‘지속 가능한 관광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토시는 2024년부터 주요 관광노선인 시내버스 일부 노선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승차를 제한하고, 대체 교통수단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또 일부 사찰과 전통 마을은 사전 예약제로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다.


후지산의 인기 등산로인 요시다 루트에서는 등반객 수를 하루 4,000명으로 제한하고, 2,000엔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도입됐다. 이는 등산로 과밀을 줄이고, 자연환경 보호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다. 도쿄 인근의 가마쿠라 시 역시 혼잡한 구간에 ‘입장 제한 타임’을 설정하거나, 주요 거점에 ‘관광객 안내 인원’을 증원해 질서 유지를 강화하고 있다. 기술을 활용한 분산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관광객 흐름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관광객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 집중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JNTO는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명소의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대체 관광지(Hidden Gems)를 추천하는 스마트폰 앱을 운영 중이다.


QR코드 기반의 전자입장권 시스템이나, AR·VR을 활용한 비접촉형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혼잡 완화와 체류지 분산에 기여하고 있다. 도쿄 시내에서는 일부 인기 음식점이 '외국인 전용 예약 앱'을 통해 시간대를 나누어 운영하고 있으며, 홋카이도 일부 스키리조트는 ‘사전 체크인 앱’으로 관광객을 분산시킨다. 오버투어리즘의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관광세’ 부과도 확대되고 있다. 교토시는 숙박세 외에도 추가 세금 도입을 검토 중이며, 홋카이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렌터카 이용 시 지역 환경기금을 징수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해당 수익은 도로 정비, 쓰레기 수거, 지역 커뮤니티 회복 프로그램 등에 재투자된다.


이와 함께 관광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치도록 하는 '관광 상생 모델'도 실험되고 있다. 도호쿠 지역 등 비교적 관광 수요가 적은 지역은 ‘관광객 유도형 인센티브’를 제공해 수도권이나 간사이권 관광객을 유입시키고, 전통 공예 체험, 로컬 식재료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체류 시간과 소비를 늘리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 역시 일본의 오버투어리즘 대응이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삶과 관광의 균형’을 되찾는 노력임을 강조한다. 관광산업은 중요한 경제 자원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일상이 희생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관광객도 현지 문화와 생활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북촌한옥마을 벽면 곳곳에 한옥마을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구역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일본의 오버투어리즘 대응은 전 세계 주요 관광국이 직면한 공통 과제를 반영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과연 일본의 정책 실험이 관광과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시 북촌한옥마을로 시선을 옮겨보면 일단 북촌한옥마을 오후 5시 이후 통금시간제한과 관련해 실제로 관광객들에게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청의 한 관계자는 “타국에 와서 관광하려고 오신 분들이라 실제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저희도 원치 않는다”며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오케이’ 하고 나가시거나 크게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인정하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도 잘해주시지만 이 부분은 법적인 제재사항이라 따라야만 하는 부분이다. 불편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구청에서 그냥 단속을 하는 것이 아닌, 정부차원에서 만든 제도를 근거로 해서 안내를 드리니 굳이 문제를 삼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물론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개인의 자유권을 이유로 항의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북촌 보안관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안내 글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시·종로구청 ‘동상이몽’, 한옥스테이 ‘골머리’
관광지와 주거지의 그 경계를 다시 그리는 북촌

앞서 언급한 북촌 일대 전세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는 비단 특정 구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종로 일대 전세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사항이지만, 오랜 세월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해 왔다. 이와 관련해서도 종로구청 관계자는 답변을 내놓았다. 종로구의 전세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는 지난 10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난제라 말문을 연 A 팀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버스 주정차 공간을 확보한다든지, 우회도로를 확보한다든지, 이런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방안이 구축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종로구청이 북촌 일대에 전세버스 진입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단체관광객들이 북촌로 일대에 잠깐 머무르면서 시간을 소비하기 위한 소비의 개념으로 이 지역이 쓰이는 게 문제라고 판단을 한 이유에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세버스 진입 제한을 하려 하는 것이다.
그럼 과연 관광객들은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종로구청은 해당 문제의 해법으로 북촌 근처에 드롭존 지정을 하려고 고민 중이다. 이는 상징적인 차원에서의 방안 성격이 강하다.


현재 삼청로를 중심으로 해서 감사원으로 올라가는 길 초입부터 안국역까지가 전세버스 진입 제한 예정 구역이고, 삼청로에서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이어지는 2차선 구간부터 계동길을 지나 창덕궁 담벼락 가기 전까지도 전세버스 진입 금지 구간이다. 이렇게 해당 구간들을 막게 되면 아마도 삼청로 쪽에서 하차를 하거나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민속박물관 쪽에서 하차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종로구청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A 탐장은 “이 부분은 추정하고 있기는 한데, 창덕궁 담벼락 쪽에 야간의 공간이 있다. 그쪽에서 승하차를 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며 “그런데 사실 승하차 공간을 이쪽에 조성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추정을 하고 있어서, 해당 장소 인근으로 해서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지정구역을 만들려고, 그쪽으로 우회시키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옥마을 내 주거지 대문 앞 계단에 한 관광객이 앉아 있는 모습



종로구청 측의 이러한 계획은 북촌한옥마을 초입 인근에 잠깐 내렸다가 한정된 구역만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떠나면 주변의 몇몇 상인들은 좋을 수 있지만 주변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점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또한 단체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체관광객들이 오더라도 지역 전반으로 소비를 하는 등 지역 곳곳을 걸으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구조로 간다면 오히려 관광객들이 지역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30분에서 1시간짜리 소비의 공간이 아닌, 반나절 또는 하루 정도는 이 지역에서 머물려 자연스럽게 소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구청이 생각하는 의도 중 하나다.


A 팀장은 “민속박물관 쪽에서 걸어오면 한 15분에서 20이면 걸어온다. 걸어오면서 볼거리가 꽤 많이 있다. 그런 식으로 이 지역이 관광의 흐름으로 이어지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있다”며 “개별 관광객들은 안국역이나 광화문역 쪽에서 걸어오면서 일대를 구경하는 분들도 많고, 보통은 동선이 그렇게 이어진다. 삼청동에서 감사원 쪽으로 언덕을 올라 넘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실 지속가능한 관광이라는 것이 한옥을 보러 오는 건데, 도심 속의 한옥인데, 사실 그 모습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사실 주민들이 실제 살고 있기 때문에 그 모습이, 경관이 유지가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그냥 소비 공간으로 다 바뀔 것이다. 저희는 사실 그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고, 그래야 오히려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북촌한옥마을의 지속가능한 관광의 장기적 플랜에 대한 구청 측의 계획을 전했다.

한옥 뒤로 빌딩숲과 남산타워가 함께 보이는 풍경이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사진 스폿으로 유명한 북촌한옥마을의 상단부


마지막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한옥스테이와 관련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당장 명확한 해법이 없다. 이유인 즉, 한옥스테이가 늘어난 건 외국인들이 SNS에 좋다고 계속 올리고, 그게 퍼지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북촌한옥마을의 한옥스테이에 대한 소비욕구가 쌓여 왔다. 북촌한옥마을은 2020년까지는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한옥스테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요구와 주민들로부터 “좀 풀어 달라”등 한옥스테이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제기가 이어지면서 결국 한옥스테이 하나를 풀어주게 됐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한옥스테이가 우후죽순 늘어나게 된 상황.


이에 A 팀장은 “지금은 저희(종로구청)에게 권한이 있다고들 하는데, 지구단위계획의 주요 결정권은 서울시에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종로구는 정책이 조금 다르다. 서울시는 서울시 전역에서 한옥의 활성화. 우리의 전통한옥이 외국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다고 판단(종로구청)을 하고 있고, 또한 당시 주민들이 원했기 때문에 변경된 사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까 약간 좀 갭이 있다. 그래서 저희가 서울시와 계속 의논하면서 해결방안을 찾으려고 하는데, 사실상 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저희가 이걸(한옥스테이) 제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종로구청 쪽에서 업체 쪽에는 이제 그만 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예기를 하지만 결국에는 구청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A 팀장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해당 문제와 관련해 늘 고민은 하고 있지만 답은 없습니다”고 말하면서 “저희가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관련 팀에서 한옥스테이를 안 받아도 봤다. 딜레이를 시켜도 보고, 그런데 오히려 저희가 더 크게 문제가 됐다. 왜냐하면 저희가 막을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는데 저희가 임의로 막게 되면 사실 그 책임소재를 (종로구가)가져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서 어려움이 좀 있었다”고 말하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 놨다. 여러 가지 각도에서 시도는 해봤으나 쉽지가 않았으며, 결론적으로 당장은 해법이 없다는 말이다.

북촌로에 관광전세버스들이 주정차되어 있는 모습


‘북촌다움’을 지키기 위한 실험 과정에서의 잡음은 이미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북촌 한옥마을 주변을 거닐다 오후 5시가 되자 북촌은 빠르게 고요해졌다. 고요한 골목길에 평화로움이 찾아오고, 대문 너머로 가족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비로소 ‘생활의 소리’가 돌아온 것이다.
관광 명소와 주거지라는 이중의 역할을 해온 북촌. 지금은 그 경계를 다시 그리는 중이다. 조용한 저녁이 돌아온 골목에서, 우리는 묻는다. “지역민들의 삶과 관광 중 무엇이 우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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