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세전기자] 2025년 6월 조기 대선을 통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 앞에는 윤석열 정부 시기 누적된 금융권 및 공공부문 부실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余波로 터져 나온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대출 연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위기, 국책은행의 자본 여력 저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의 눈덩이 부채 등이 한꺼번에 표면화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 놓고 긴축만 고집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과감한 개입과 구조 개혁으로 금융·공공 부문의 광범위한 부실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감독체계 보강, 부실자산 정리 및 공공기관 구조조정 등을 골자로 한 종합 대응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적극 재정으로 전환: ‘공정성장’ 기조와 긴급 추경
윤석열 정부 말기 경기 침체 속에서 재정 긴축을 유지하던 기조는 새 정부 들어 확연히 방향을 틀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30조5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경기 부양과 민생 안정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제는 타이밍”이라며 신속한 재정 투입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임을 역설했다. 이번 추경에서는 소비 쿠폰 지원, 지역화폐 발행 확대 등 내수 진작에 11조3000억 원을 배정하고, AI·신산업 육성에도 1조2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경기활력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한편 새 정부의 핵심 경제철학인 ‘공정성장’ 구현을 위해 고소득층보다는 지방과 취약계층에 재정 지원을 두텁게 하는 보편+맞춤형 지원 전략을 취했다. 재원 마련은 불요불급 예산 구조조정과 외환평형기금채 활용 등으로 충당함으로써 국가채무 부담을 관리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전임 정부에서 2.5% 수준에 그쳤던 재정지출 증가율을 대폭 확대하는 이번 추경안에 대해, 정부는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적극적 재정 운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는 확장 재정을 통한 부실 해소 및 경기 부양이라는 새 정부의 기조를 분명히 한 대목이다.
PF 부실과 새마을금고 위기: 금융권 구조혁신 착수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뇌관이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장이 줄줄이 좌초되면서 2024년 상반기 PF 연체율은 금융권 전반에 걸쳐 급등했다. 증권사의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3년 말 13.5%에서 2024년 6월 말 17.5%로 악화됐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도 각각 18.8%p, 14.6%p 급등하는 등 위험신호가 뚜렷했다.
특히 새마을금고 사태는 서민 금융불안으로까지 번졌다. 전국 1,276개 새마을금고 중 22.5%에 달하는 287곳이 최근 2년간 건전성 악화로 중앙회로부터 경영개선 조치를 받았는데, 이는 부동산 PF 부실대출 여파로 급증한 것이다.
일부 지역(인천·부산·전북)은 금고의 30% 이상이 ‘구조조정 경고장’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한 인천 소재 금고는 대출의 65% 이상이 부동산 PF 등 기업대출에 몰려 연체율이 17%를 넘었고, 이런 부실 금고들이 속출하면서 상호금융권 전체가 “부실의 무덤”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에 새 정부는 두 갈래 대응에 나섰다.
첫째, 유동성 지원과 자산정리를 통해 부실의 연쇄파장을 막고 정상화를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 부동산 PF 연착륙 지원자금 8000억 원을 신규 편성하여 단계별 맞춤형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총 5조4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PF 사업장에 투입, 공사 중단 위기의 프로젝트를 살리고 금융권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민간 자본과 부실채권 정리 펀드도 조성된다. 이미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유암코(UAMCO)와 손잡고 2024년 9월 5000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 정리 펀드를 마련, 그해 12월 첫 투자를 집행했다. 증권업계와 저축은행권도 자체 PF 정리 펀드를 결성해 부실채권 매입에 나서는 등 민간 AMC(자산관리회사)를 통한 정리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둘째, 구조적 개선과 감독 강화에 착수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행정안전부 소관이라는 특수성으로 감독 사각지대 지적이 있었는데, 지난해 뱅크런 사태 이후 금융위원회와 행안부가 상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정보공유 및 합동검사를 도입했다. 새 정부 들어 금융당국은 한발 더 나아가 범정부 차원의 새마을금고 건전성 전담팀을 신설하고, 향후 법 개정을 통해 감독권한을 금융위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부실 금고의 인근 우량 금고와의 조속한 합병, 자체 구조조정본부 설치 등을 통해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권에 대한 실질적 규율 강화와 자율정화 노력이 병행되어야 이번 부실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새 정부는 금융시장 신뢰 회복과 감독 강화에 초점을 맞춰, PF 대출 부실 사태와 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책은행 ‘돈맥경화’ 해소: 자본 확충과 정책금융 개편
윤석열 정부 후반기 고금리 기조 속에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여신 여력도 급격히 위축된 상태였다. 산업은행의 BIS 비율은 2023년 말 13.75%까지 떨어져 금융당국이 정한 건전성 마지노선(13%)에 근접했고, 정책금융 공급 증가율은 2023년 5% → 2024년 4.9% → 2025년 3.9%로 해마다 둔화되었다.
이는 자본여력이 부족한 탓에 국책은행들이 경기에 역행하여 돈줄을 죄는 상황을 초래했고, 실제 정책자금 공급 증가율(2.9%)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공금융의 역설” 현상이 벌어졌다.
새 정부는 이러한 정책금융의 경색을 풀기 위해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국책은행에 대한 신속한 증자나 배당축소 등을 통해 대출여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정부로부터 총 7000억 원 이상의 증자를 받았고, 수출입은행 역시 금융시장 불안 완화 목적으로 일정 부분 증자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로드맵에도 국책은행 기능 재정립이 포함되어,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역할을 확대하면서도 금융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 정부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위원회(정책)와 금융감독원(검사)의 이원화 속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에서도 컨트롤타워 부재가 드러났다. 이에 학계·정치권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를 거시건전성·정책 중심으로 개편하고 미시감독 기능은 통합 감독기구에 일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스템 안정 강화를 위해 금융감독 거버넌스를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어, 향후 관련 논의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가령 상호금융권 감독권 이관, 예금자보호 한도 재조정, 금융그룹 감독법 보완 등 산적한 금융개혁 과제들이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다. 궁극적으로 정책금융 체력 보강과 금융감독 선진화를 통해 금융권 부실을 사전에 예방하고 시장 신뢰를 제고하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큰 방향이다.
공공기관 부채 관리: 구조조정 신호와 재무개선 모색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가파르게 불어난 공공기관 부채 문제도 이재명 정부가 물려받은 부담이다. 2023년 말 기준 107개 비금융공기업의 부채 합계는 702조 원에 달했고, LH는 부채 136.9조 원으로 단일 기관으로서 부채 규모 1위였다.
전임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을 내세워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의 방안을 추진했으나, 한국전력공사와 LH,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들의 재무구조 악화는 여전했다.
LH의 경우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공주택사업 추진으로 2019년 이후 5년간 부채가 26조 원 넘게 증가했고 부채비율이 220%를 상회했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누적 적자로 2023년 한 해에만 1.7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자력으로는 재무 건전성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LH 측은 “선수금 등 이자 부담 없는 부채를 제외하면 실질 부채는 100조 원 미만이고, 주택도시기금 저리융자 등으로 구조가 양호하다”며 새 정부의 공공주택 확대 정책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책사업으로 인한 부채 증가는 결국 정부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면서, 공기업이 스스로 수익성을 높여 부채를 감축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도 740조 원에 달하는 공공부문 부채에 대한 전면 대응을 공언하고 나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출범 직후 “부채 과중 공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침을 시사하며, 부채 규모와 재무 위험도에 따른 공공기관 맞춤 정비계획 수립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전력의 경우 전임 정부에서 전기요금 인상과 7.5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적자폭을 줄였으나 여전히 누적 적자가 크므로, 새 정부에서는 전력요금 정상화 속도를 높이고 필요시 추가 재자본화를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LH에 대해서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지속하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재점검해 정부 재정으로 떠안을 부분과 LH 자체 개선 노력을 구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공동으로 LH의 부채 관리방안을 마련 중이며, 이 과정에서 토지비 축소를 위한 정산제도 개선, 민간 참여사업 확대를 통한 재무 부담 완화 등이 거론된다.
아울러 새 정부는 공기업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방만 경영과 ‘알박기 인사’ 청산을 천명했다. 이미 상당수 공공기관장들이 정부 교체 직후 사의를 표명하거나 해임 절차를 밟고 있으며, 공공기관 임원의 성과연봉 삭감, 불필요 자산 처분, 조직 슬림화 등도 추진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도 민간 수준의 재무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부채 감축 계획 이행 실적을 기관평가에 적극 반영하고, 필요하면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하여 시장의 감시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공부문 부실 해결 전략은 단순한 출자 지원이나 채무조정에 그치지 않고, 조직과 사업 구조를 건강하게 바꾸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장의 평가와 새로운 민간 기회: “위기는 곧 기회”
새 정부의 적극적 부실 대응 정책에 대해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코스피 지수는 3년 반 만에 3000선을 돌파하며 이른바 ‘허니문 랠리’를 이어갔다.
대통령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뢰 회복과 기업·투자자 상생을 강조하자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은행·건설·증권주 등 부실 해소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춤했던 건설업종은 정부의 2조7000억 원 규모 건설투자 확대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침체된 업황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PF 지원자금 투입 결정 이후 부동산 신용경색 완화 기대에 회사채·PF 유동화증권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새마을금고 사태 때 급등했던 상호금융권 예금 이율도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새 정부의 부실 대응 의지를 주시하면서 “한국 정부가 유사시 금융권과 공기업을 뒷받침할 재정 여력이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 대응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조건부 지원, 공공기관 개혁의 정치적 저항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기 미봉책이 아닌 구조적 해결을 추구한다”면서, 부실 원인별 정밀 대책과 민간의 부담 분담을 병행해 시장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위기 수습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민간 사업 기회가 창출되는 모습도 감지된다.
부동산 PF 정리에 참여하는 민간 부실채권펀드들은 향후 부동산 경기 반등 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자금 모집에 속도가 붙고 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기반시설 사업에 민간투자(PPP)를 유도하거나, 공기업 보유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관련 업계에 투자 기회가 열리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의 송전망 신설 사업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거나, LH의 일부 임대주택 사업을 리츠(REITs) 형태로 전환하여 민간에 개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도 리스크 관리 산업과 핀테크 분야의 성장이 기대된다. 새마을금고 사태 이후 컨설팅업체들은 지방 조합의 건전성 개선 용역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고, 금융IT 기업들은 부실예측 모델 개발 수요 증가에 따라 관련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또한 새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 기조에 발맞춰 자산운용 업계는 국민들의 투자처 다변화 움직임을 타고 성장할 조짐이다. 주택 대신 주식·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가속화되면, 증권사들의 자본중개 및 자문 비즈니스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부실 대응 전략에 대해 “초기 방향은 상당히 종합적이며 시장 친화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의 개혁 완수를 주문한다.
부동산 경기 사이클이 호전되더라도 동일한 PF 쏠림 위험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공공기관 부채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재정사업과 공기업 사업의 역할 분담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부동산PF 위험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공기업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현실화 등을 약속했다.
결국 금융과 공공부문에 만연한 구조적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셈이다. 이재명 정부가 정책 의지와 시장의 신뢰를 양 날개 삼아 이 거대한 숙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풀어낼지, 그 성패에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자료: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한국경제신문·한겨레신문·서울경제 등 언론 보도,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전문가 인터뷰 내용 종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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