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러시아 하카시아공화국에서 상업에 종사하며 살아온 고려인동포 가족 5명이 최근 머나먼 길을 건너 광주 고려인마을을 찾았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이곳에서 가족은 오랜만에 친지를 만나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긴 대화를 나누며 먼 타국에서 고단했던 삶과 앞으로의 새로운 희망을 함께 그려보았다.
2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 가족은 러시아 연방 내 소수민족이 사는 하카시아공화국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 온 고려인동포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현지의 정치·경제 상황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하루하루의 삶이 점점 더 위태롭고 불안해졌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할수록, 낯선 땅이라도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고민이 깊어졌다.
*러시아 하카시아공화국에서 상업에 종사하며 살아온 고려인동포 가족 5명이 최근 머나먼 길을 건너 광주 고려인마을을 찾았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그들에게 한국은 머나먼 조상의 땅이자,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마음의 고향이었다. 다행히 먼저 광주 고려인마을에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린 친지가 있었다. 가족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긴 비행 끝에 마침내 고려인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선 따뜻한 환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정착한 친지는 한국 생활의 소소한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보여주며, 처음 정착했을 때의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낯설지만 정겨운 한국어 인사에 어색한 미소로 답했고, 어른들은 마을 골목골목을 함께 걸으며 새로운 삶의 모습을 마음에 새겼다.
가족의 가장은 “하카시아에선 매일이 늘 불안하지만, 이렇게 친척을 만나 한국에서 잘 정착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며 “가족이 함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하는 고난의 삶은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낯선 땅에서 또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고려인동포들의 사연은 늘 가슴을 울린다” 며 “마을은 앞으로도 돌아온 동포들이 외롭지 않게 정착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일제강점기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고려인 후손들이 조상의 땅으로 돌아와 함께 살아가는 대표적 마을공동체다. 지금도 그 발자국을 따라 누군가는 다시 조상의 땅으로 귀환하고 있다. 언젠가 더 많은 고려인동포들이 이곳에서 정착 새로운 봄을 맞이하길, 고려인마을은 오늘도 따뜻한 품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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